답답한 파리바게뜨 "10차선 횡단보도 건너 빵사러 온다고?"

/사진=네이버지도 편집

횡단보도 하나를 놓고 파리바게뜨와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가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동네빵집' 보호를 명목으로 동반위가 내세운 '중소제과점 도보 500m이내 출점 제한'이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며 파리바게뜨가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동반위는 파리바게뜨 올림픽공원역점이 중소기업 적합업종 권고안을 위반했다며 SPC그룹에 줄기차게 시정 요구를 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올림픽공원점이 동반위 기준인 '중소제과점 도보 500m 이내 신규 출점 금지'조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동반위는 지난 4일까지 시정할 것을 요구했지만 파리바게뜨의 답변 시간을 고려해 10일로 이를 한 차례 연기했다. 하지만 파리바게뜨는 시한이 지난 11일까지 동반위 요구에 '무응답'으로 대응하며 사실상 동반위 시정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동반위는 중소기업청에 제재를 요청하고, 중기청은 사실 관계를 파악한 뒤 벌금 부과 같은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동반위가 시정 요구를 한 배경은 파리바게뜨 올림픽공원점이 들어설 자리에서 직선거리로 300m 떨어진 곳에 '루이벨꾸'라는 중소제과점이 있어서다. 동반위는 이를 근거로 파리바게뜨가 500m 출점 제한을 어겼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업계는 동반위의 시정 요구를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라는 시각이다. 직선거리로는 분명 500m 이내지만 왕복 10차선의 대로가 이 두 빵집을 가로지르고 있는데다, 상권도 전혀 다르고 빵집을 이용하는 고객층도 분명하게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두 빵집이 서로 상권을 뺏고 빼앗길 만큼 영향력은 크지 않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10차선 도로에 놓인 '횡단보도' 하나를 기준으로 동반위가 500m 이내 출점금지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억지라는 입장이다. 현장 조사 결과 10차선 횡단보도를 건너는 불편을 무릅쓰고 빵을 사러 오는 고객들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횡단보도만 없애면 동반위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는 강경 입장이 곳곳에서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양측 사이를 마주보는 횡단보도 이외의 다른 횡단보도는 북쪽으로 500m 이상 걸어가야 나온다. 이 하나의 횡단보도만 없다면 걸어서 1000m를 둘러가야 한다.

현재 동반위 출점제한 기준은 '도보 500m'다. 때문에 횡단보도만 없다면 동반위 시정 요구는 원인 무효가 된다.

제빵업계 한 관계자는 "루이벨꾸는 제과명인으로 불리는 홍정흔 씨가 운영하는 '고급빵집'이기 때문에 고객층도 대중 빵집인 파리바게뜨와 엄연히 다른데도 동반위가 트집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루이벨꾸를 진정한 동네빵집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루이벨꾸는 과거 '마인츠돔 올림픽공원점'이었다. 마인츠돔은 대형 커피체인 카페베네가 인수한 뒤 현재도 지분 45%를 보유한 대기업 빵집인 셈이다. 루이벨꾸는 마인츠돔에서 제빵 기술을 지원받는 등 마인츠돔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것이 파리바게뜨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동반위는 '루이벨꾸는 마인츠돔과 무관한 중소제과점'이라는 입장이다. 루이벨꾸를 소유한 김 모씨가 마인츠돔 최대주주 홍종흔 씨와 한때 동업했지만 현재는 홍 씨가 이 빵집과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제과업계는 이번 대립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올해 82개 중소기업 적합업종 품목 재지정을 앞두고 이전같은 제도로는 실효성이 없다며 제도 개선에 대한 공감대가 무르익고 있어서다.

제빵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반위가 그동안 제빵 프랜차이즈업체의 어려움을 일절 듣지 않고 자신들만의 기준으로 '막무가내 식'으로 기준을 적용해 제빵업체들이 속앓이를 하는 게 사실"이라며 이 논란의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