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銀 조기통합 급물살…임원 결의문 '채택'

정수진 하나은행 부행장(첫줄 좌측 첫번째)과 신현승 외환은행 부행장(첫줄 가운데)이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첫줄 우측 첫번째)에게 결의문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제공=하나금융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3일 조기통합 논의를 공론화한데 이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임원 전원도 조기통합을 추진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통합에 반대하고 있는 외환은행 노조만 설득할 경우 예정보다 일찍 '원뱅크' 체제로 전환된다. 하나금융은 수익성 악화에 따라 은행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나금융은 지난 11일부터 1박 2일 동안 하나금융 임원 전원이 참석한 임원 워크숍을 진행하고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 추진을 위한 결의문'을 채택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날 워크숍에는 하나은행 50명, 외환은행 34명을 포함한 하나금융 전체 임원 135명이 참석했다. 하나금융 임원들은 은행 조기통합을 둘러싼 토론을 진행한 뒤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은 △양행의 통합이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미래 성장을 위한 유일한 대안임을 직시하고 이를 적극 추진한다 △통합의 전파자로서 직원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양행의 성공적인 통합을 위해 최일선에서 앞장선다 △은행의 통합을 통해 고객, 주주, 직원, 사회 모두가 함께 성장하고 개인과 조직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김 회장 역시 은행 통합의 불가피성을 처음으로 공식 천명했다. 김 회장은 "통합은 대박"이라며 "조기통합은 대내외 위기상황을 돌파하고 미래 성장기반을 확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합은 빠르면 빠를수록 시너지 효과가 크고 그 효과는 직원들의 혜택으로 돌아가도록 하겠다"며 "통합을 통해 직원들에게 최고의 자긍심을 심어주겠다"고 역설했다.

하나금융의 이번 결의문은 대내외적으로 은행 조기통합 논의를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김 회장이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나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통합논의를 공론화한 것은 일종의 '제안'이었다. 당시 김 회장은 이 발언 외에 구체적인 발언을 피했다. 이후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조기통합의 필요성을 언급했고, 이번에 하나금융 임원들도 화답했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조기통합 논의는 급물살을 탈 수밖에 없게 됐다. 김 회장이 "(은행 통합은)이사회, 은행장들과 충분한 협의를 해야 한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 이사회에서도 정식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외환은행 노조와의 협의 과정도 불가피하다.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 12일 거리집회를 진행할 정도로 은행 통합에 반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참석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은 외환은행 노조와의 합의를 전제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합 논의가 외환은행 노조의 주장대로 노사정 합의서 위반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하나금융이)외환은행 노조에 협의를 요구한 것으로 안다"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