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타는 팬택 직원들, 사내 '익명게시판'에는…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마포구 상암동 팬택 본사. / 사진=머니투데이DB

팬택 채권단과 이동통신사들이 풍전등화의 팬택을 '나 몰라라'하고 있으나 팬택의 젊은 직원들과 옛 직원 등은 '팬택 살리기'에 팔을 걷어 올렸다.

14일 팬택에 따르면 사내 익명게시판에는 회사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대표적인 방안이 '공기계를 직접 팔자'는 내용이다. 자신, 가족, 지인들에게 팬택 스마트폰을 팔면 회사 자금 흐름에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이다.

해당 글은 조회수만 4500건이 넘는다. 팬택 직원수가 1800명임을 고려하면 팬택 직원 1명이 2번이상은 해당 글을 봤다는 의미다. 찬반투표도 진행됐는데 90% 이상이 찬성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블로그나 카페에 진심이 담긴 얘기를 쓰자', '플래시몹을 하자' 등 간접광고를 통해 팬택 알리기에 나서자는 의견도 나왔다.

게시판에는 회사 살리기 방안뿐만 아니라 서로를 위로하는 글과 묵묵히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자는 내용의 글도 다수 게시됐다.

예컨대 '3개 이동통신사의 AS(사후서비스) 평가에서 팬택이 1등을 하고 있다'거나 '팬택은 사람이 재산이 회사'라고 서로를 격려하는 글들이다.

또 '잠금해제 위젯을 연구하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는 글에는 '일하는 당신이 진정한 위너'라는 댓글이 달렸다.

팬택 관계자는 "젋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회사를 살리는 방안과 서로 위로하는 글, 자신을 일을 열심히 하자 등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팬택 살리기에는 직원 뿐만 아니라 옛 팬택 직원도 나섰다. 인터넷에는 한때 팬택에서 일했던 연구원이 '팬택이 회생하면 무상으로 일해주겠다'는 글이 인기를 끌고 있다. 글을 올린 옛 팬택 연구원은 이동우 싱크 대표로 현재 작은 설계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 대표는 팬택이 스마트폰 메인보드 설계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중소·중견기업이 살아야 제품도 다양해지고 일자리도 많이 생기는데 점점 사라지고 있다"며 "팬택이 사실상 첫 직장인데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려 안타깝다"고 말했다.

팬택 살리기에는 휴대폰 상인들도 나섰다. 지난 4일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DMA)는 소속 휴대폰 유통 상인들이 팬택 회생을 돕기 위해 팬택으로부터 받아야 할 판매 장려금 일부를 출자전환할 수 있다고 밝혔다.

KMDA 관계자는 "소상인들도 팬택을 살리기 위해 출자전환까지도 검토하는데 정부와 대기업 이동통신사들이 손놓고 있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대기업 이동통신사들과 이동통신사의 영업정지로 팬택의 상황을 어렵게 만든 정부는 이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팬택 채권단과 이동통신사는 팬택 경영정상화 방안을 놓고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한 상태다. 이동통신사에 1800억원의 출자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채권단은 이통사만 바라보고 있으며 이동통신사는 추가 지원 우려 등을 이유로 채권단 요구에 묵묵부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