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3사 노사 전운… 환율하락·내수부진에 '설상가상'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사진=뉴스1

국내 완성차 업체가 노사간 임금·단체협약을 둘러싼 이견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노조는 통상임금 범위 확대 등 큰 폭의 실질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 측으로서는 원/달러 환율 하락과 내수 침체로 경영이 악화된 만큼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사 대립이 생산 차질로 이어질 경우 대외 신인도 하락 등으로 자동차 생산 기지로서 한국의 위치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르노삼성 노동조합은 14일 국내 완성차 업체로서는 처음으로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부산 공장에서 오후 2시45분부터 4시45분까지 2시간 동안 조합원 18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파업출정식을 가졌다.

노조 측은 "사측이 근로조건 저하, 강제 희망퇴직 등을 일방적으로 시행하며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며 "2년 동안 임금을 동결한 채 기본급 인상과 격려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기본급 12만원 인상과 격려금 200%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집중교섭에 임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교섭을 중단한 상태다. 15일 교섭이 재개될지도 아직 불투명하다.

사 측은 이같은 노사 대립이 생산 차질로 이어질 경우 받게 될 대외 신인도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닛산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미국 시장에서 판매할 닛산의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로그'를 부산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다음달 생산에 들어가 오는 9월 첫 선적을 해야 하는데, 만약 파업으로 인도 일정을 맞추지 못할 경우 추가 생산 물량을 확보하는 데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가 모처럼 찾은 기회를 쟁의행위 때문에 놓칠 경우 입을 손해가 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노사도 전운이 감돈다. 노조는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 측은 이 경우 임금이 20∼30% 인상되는 효과가 있다며 난색을 표한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감소로 전환하고 올해 들어 환율 등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되는 상황에서 임금을 대폭 인상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오는 15일 노사는 11차 본교섭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입장이 좁혀질 여지는 많지 않다. 노조 측은 이달 말쯤 교섭 중단 선언과 함께 쟁의행위 발생 신고를 한 뒤 여름 휴가가 끝 난 다음달 중순께 본격적인 파업에 돌입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GM 노조는 이미 이달 9일 69%의 찬성률로 파업을 결의한 가운데 사 측과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15만9614원 인상과 통상임금의 50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한다. 이에 회사는 "생산성 향상이 뒤따라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은 지난 주 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파업으로 인해 생산손실이 또다시 발생한다면 그에 따른 결과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일 것"이라며 "쟁의행위로 생산차질이 빚어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국GM 관계자는 "한국GM은 다른 메이커는 물론 전세계 GM 공장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입장인데, 2012년과 지난해 부분파업으로 막대한 생산 차질을 봤다"며 "이같은 악순환이 계속된다면 다른 공장들과의 경쟁에서 뒤져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