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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3대 삼계탕 맛집 '초복 풍경' 비교해보니

삼계탕집 현장르포 "복날에 줄 안서는 집은 가짜"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신현식 기자, 이원광 기자 |입력 : 2014.07.18 14:42|조회 : 89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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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을 맞아 서울 종로구의 한 삼계탕집 밖에까지 손님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 사진=뉴스1 제공
초복을 맞아 서울 종로구의 한 삼계탕집 밖에까지 손님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 사진=뉴스1 제공
18일 여름이 시작된다는 초복(初伏)을 맞아 서울 시내 삼계탕집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서울 영등포 당산동 한 삼계탕집. 낮 12시 삼계탕집 앞은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으로 장사진을 이뤘다.

가게 입구에는 차례가 얼마 남지 않은 손님 20명 정도가 줄을 서 있었다. 이미 이름을 대기 명단에 올려놓고 근처 그늘에서 더위를 피하며 차례를 기다리는 팀도 다섯 이상 됐다.

종업원은 식사를 마친 손님의 계산을 마치기가 무섭게 가게 밖으로 나와 다음 차례 손님을 불렀다. 수첩에는 이미 대기자 이름과 일행의 숫자가 적힌 리스트가 30개를 넘어섰다.

식당 종업원인 황모씨는 "평소 100~200마리 정도로 준비하는데 오늘은 복날이라 600마리 정도를 준비했다"며 "점심이라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녁까지 다 팔릴 것 같다"고 말했다.

배달은 안하는 식당인데도 가게 입구로 쉴새없이 뚝배기가 드나들었다. 황씨는 "자리가 없으니 근처 사무실에서 직접 삼계탕을 들고 가 먹고 가져오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식당에는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사람 셋과 설거지 하는 사람 둘, 음식을 나르는 사람 셋을 포함 8명이 일하고 있었다. 황씨는 "여름에는 다른 계절보다 두 명 정도를 더 불러서 일하는데 오늘은 복날이라 거기에 추가로 두명을 더 불렀다"고 말했다.

식당 안에서 음식을 나르는 종업원들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흐르고 있었다. 손님으로 가득찬 좁은 테이블 사이를 빠르게 지나쳐 종종걸음으로 방 안쪽 테이블까지 삼계탕 뚝배기를 날랐다.

손님들도 마찬가지로 땀을 흘리며 식사에 열중하고 있었다. 4인용 식탁 한가운데 놓인 빈그릇에는 닭뼈가 빠른 속도로 쌓여갔다.

당산동의 모 기업 구매팀에서 일하는 박태현씨(40)는 12시 정각쯤 이미 식사를 끝내고 나왔다. 박씨는 "복날엔 역시 삼계탕 아니겠냐"며 "붐빌 것이 뻔해 파트 직원 18명이 아예 미리 나와서 식사를 마쳤다"고 말했다.

을지로에서 거래처 사람과 함께 왔다는 회사원 최승식씨(49)는 "기다리기 시작한지 20분이 지났는데도 줄이 줄어들질 않는다"고 말했다.

계속 기다릴 거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바로 대답한 최씨는 "복날에 안 기다리고 먹는 삼계탕 집은 가짜다", "기다리는 동안 생긴 그 간절한 맛이 음식을 더 맛있게 하는 재료"라고 말했다.

이어 "원래 거래처에서 개고기를 먹자고 해서 왔는데 여자분이 개고기를 못 드시는지 갑자기 40년 전통이라며 이 집으로 데려왔다"며 "중복이나 말복엔 개고기나 다른 보양식을 먹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수송동 국세청 앞에 위치한 삼계탕집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점심시간 전인 오전 11시반에도 좌석의 1.5배 정도의 인원이 계단에 줄을 길게 서 있었다. 연신 손부채질 하면서도 삼계탕을 먹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삼계탕 전문점인데 평소 이정도로 사람 많진 않았으나 이날은 달랐다. 평소에는 팔던 8000원짜리 반계탕은 이날은 팔지 않고 1만3000원짜리 삼계탕만 팔았다. 식당 아주머니는 웃으며 "아직 다 안 먹었냐"고 눈치를 주기도 했다. 손님들은 땀을 흘리면서 삼계탕 먹는 데 집중했다.

직장인 김모씨(27)는 "오늘 날도 덥고 습하지만 복날에 삼계탕 한그릇 뚝딱하고 나니 건강해지는 것 같고 의무를 다한 느낌에 뿌듯하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A한방삼계탕집도 점심시간을 맞은 직장인들로 발 딛을 틈이 없었다. 유명 블로거들이 수차례 소개한 이 식당은 이날만 1만3000원짜리 한방삼계탕과 1만2000원짜리 삼계탕만 판매했다.

낮 12시 입구서부터 10m 가량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줄을 섰다. 금방 차례가 돌아올 것 보이다가도 다른 일행들이 합류해 줄이 줄고 들어나는 일이 반복됐다.

27도에 달하는 무더운 날씨 속 오랜 기다림에도 손님들은 연신 웃음꽃이 피었다. T기업에서 근무하는 조모씨(30)는 "30분 정도 기다렸다"며 "덥다가도 삼계탕을 떠올리니 짜증이 나기보다 기쁘더라"고 말했다. 이어 "초복을 맞아 이 집이 유명한 집이라고 해서 지인이 추천해줬다"고 덧붙였다.

같은 치과에서 근무하는 전직원 15명이 삼계탕집을 찾기도 했다. 김모씨(23)는 "오늘은 예약이 안된다고 해서 우리도 꽤 기다렸다"며 "평소에는 점심식사로 삼계탕 가격이 만만치 않아 잘 안왔는데 오늘은 초복이라서 특별히 전직원이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삼계탕으로 든든히 보신했으니 이제 열심히 일할 힘이 난다"며 미소지으며 동료들과 직장으로 돌아갔다.

이원광
이원광 demian@mt.co.kr

'빛과 빛 사이의 어둠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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