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과 SW 이용한 더 빠르고 더 효율적인 네트워크가 온다

인수를 제의한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Titan Aerospace, 이하 타이탄)는 구글의 품에 안겼고, 대신 페이스북은 어센타(Ascenta)를 2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페이스북보다 늦게 인수를 제안한 구글이 타이탄을 차지하기 위해 자금을 얼마나 들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타이탄과 어센타는 모두 태양광 패널을 이용, 자체 생산한 동력으로 비행할 수 있는 무인 항공기 ‘드론’을 제작하는 업체다. 이번 무인기 업체 인수전은 인터넷 서비스에서 구글과 페
지난 4월 대형 인수합병(M&A) 소식이 무인기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페이스북이 6000만 달러에 이스북의 또 다른 경쟁을 알리는 전초전이었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무인 항공기를 이용, 인터넷이 보급되지 않는 지역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인터넷 확장을 위한 고민과 도전
현재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구글과 페이스북은 이들에게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인터넷 사용자가 늘어나면 결국 회사의 수익도 더 커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7월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인터넷의 경제 효과와걸림돌에 관해 설명했다. 저커버그는 대다수 선진국에서 인터넷 산업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막대한 망 구축비용으로 사람들이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저커버그는 전 세계 인구의 90%가 이미 기존의 무선 통신망 범위 내에 거주하고 있어서 이들을 위해 서비스를 더 저렴하게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IT 업계가 더 저렴한 인터넷 접속 방법을 개발하면서 지속 가능한 투자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페이스북은 지난해 8월부터 인터넷을 공급하는 Internet.org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인터넷 접속이 어려운 지역에 인터넷을 보급하는 이 프로젝트에는 삼성, 퀄컴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인터넷을 공급하기 위한, 완전히 새로운 방법들을 연구하고 있다. 인공위성, 드론, 레이저 등이 인터넷을 공급하는 수단으로 고려되고 있다.페이스북이 타이탄 인수가 실패하자 어센타로 눈을 돌린 것도 이 프로젝트를 위해서다.
사실 어센타는 아직 특별한 성과를 올린 기업이 아니다. 페이스북은 어센타의 연구 인력이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페이스북은 새로 영입한 어센타 연구 인력과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영입한 인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연구소를 설립했다. 이 연구소는 인터넷 공급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룬 프로젝트로 앞서가는 구글
구글은 지난해 4월 룬(Loon) 프로젝트로 페이스북보다 앞서 인터넷 보급을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뉴질랜드에서 첫 시험에 들어간 룬 프로젝트는 성층권에 띄운 풍선을 기지국처럼 활용, 지상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시험 비행에서 바람을 따라 움직이는 풍선을 정확히 원하는 위치에 유지하기가 예상대로 잘 되지 않았다. 또 풍선을 오래 동안 손상 없이 유지하는 것도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구글은 이 문제에 관해 몇 가지 대책을 내놓고 시험 중에 있다. 최근에는 브라질에서 풍선을 이용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구글이 와이어드에 밝힌 바에 따르면 올해 안에 풍선을 이용한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룬 프로젝트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구글도 페이스북처럼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하나는 인공위성을 이용한 것이다. 인공위성을 이용해 전 세계에 단일 통신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은 과거 모토로라의 이리듐 프로젝트로 시도된 바 있다. 비용 문제로 실패한 이리듐 프로젝트와 달리 구글은 발전된 인공위성 기술을 바탕으로 작고 강력한 인공위성들로 이 계획을 실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작은 인공위성을 이용한다고 해도 최소 1조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드론 네트워크, 아직은 미지수
또 다른 방법은 페이스북과 기업 인수 경쟁을 벌인 드론을 이용한 방법이다. 구글이 인수한 타이탄은 기체에 부착된 태양광 패널에서 에너지를 얻는 ‘솔라라50’,‘솔라라60’을 개발하고 있다. 크기가 작은 솔라라50도 날개폭이 164피트로 보잉767보다 크고, 한 번 비행을 시작하면 지상에서 20㎞ 상공 성층권에서 5년 동안 비행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드론을 이용한 인터넷 서비스는 2015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여러 기술 과제가 남아 있다. 가장 큰 과제는 드론은 룬 프로젝트의 풍선과 달리 비행을 위해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기 때문에 태양에너지를 얻을 수 없는 밤 동안 에너지를 공급해야 하는 문제 해결이다. 그나마 낮 동안 배터리에 저장한 에너지도 인터넷 신호 유지에 함께 사용해야 하므로 드론 통신에 가장 치명이 되는 문제가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구글 룬 프로젝트에 쓰인 풍선

교통체계와 유사한 통신 네트워크, SDN
구글과 페이스북은 드론을 이용한 인터넷 서비스 경쟁에 돌입했다. 먼저 무인 비행기 제작 업체를 인수했다. 기술력이 있는 기업들이지만 위치제어, 에너지 공급, 고장 등 돌발 상황 대처 등 앞으로도 여러 기술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언급된 과제들은 드론의 기능과 관련된 문제들이다. 새로운 인터넷 서비스를 위한 도전이지만 네트워크 기술 문제들은 언급되지 않는다. 기지국 장비를 싣고 날 수 있는 비행기만 있다면 공중에서 무선인터넷을 제공할 수 있을까? 당연히 아니다.
드론이든 풍선이든 무엇을 이용하든 인터넷 운용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네트워크 운용에 대해서는 큰 의문이 제기되지 않는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네트워크 운용 능력이 있는 회사들이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SDN(소프트웨어 정의네트워크, Software-Defined Networks)이 있다.

SDN은 트래픽, 패킷 전달 경로 등 네트워크 관리가 소프트웨어로 이뤄지는 네트워크다. SDN을 이해하기위해서는 우선 네트워크 제어를 이해해야 한다. 도로교통, 차량 흐름 관리와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도로를 네트워크라고 하면 도로를 주행하는 자동차는 네트워크를 따라 이동하는 데이터 패킷으로 볼 수 있다. 이때 사거리의 신호등은 네트워크 스위치나 라우터로 생각하면 된다. 스위치나 라우터는 네트워크의 교차점에 설치되는 하드웨어로 신호등처럼 일정한 규칙에 따라 패킷의 흐름을 통제한다.
도로 교통에서 신호등은 정해진 순서와 주기에 따라 차량 흐름을 통제한다. 자동차 통행량과 무관하게 신호를 내리기 때문에 통행량이 늘어나면 교통 정체가 발생한다.


교통 정체가 심해지면 교통경찰이 신호등을 직접 조작한다. 교통량이 많은 방향의 파란 신호를 오래 켜 두는 식이다. 더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위해 주변의 교통경찰과 무전을 주고받으면서 신호를 조정하기도 한다. 도로 상황에 따라 신호 주기를 조정하기 때문에 대체로 교통 흐름은 좋아진다.
하지만 교통경찰이 항상 최선의 판단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평소와 달리 사고나 행사로 인해 교통 흐름이 원활하지 못한 경우가 있다. 정체 구간을 우회하는 차량이 많아지고 주변 도로도 영향을 받는다.
이때 무전으로 몇몇 교차로 상태만 파악해서는 교통통제 효과를 보기가 어렵다.
전체 흐름이 복잡한 경우 중앙 관제소에서 전체 도로의 상황을 파악해 지시하는 것이 통제 효과가 높다. 실제로 각 지역에 설치된 교통관제센터는 교차로에 설치된 CCTV와 순찰 차량 등에서 정보를 수집한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여러 신호등을 동시에 자동으로 제어한다.

SDN 구성도

소프트웨어 중앙 관제로 효율 높여
네트워크 패킷 제어도 교통량 통제와 비슷하다. 스위치와 라우터는 신호등처럼 처음 정해진 규칙에 따라 네트워크 패킷의 흐름을 조정한다. 트래픽이 늘어나도 정해진 규칙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트래픽 증가에 대응하기 어렵다.
최근 개선된 네트워크 장비들은 주변 장비들을 인식하고 상호 통신을 통해 주변 트래픽을 파악한다. 네트워크 상황에 따라 패킷 흐름을 최적화할 수 있는 제어방법을 선택한다. 교통경찰들이 서로 무전을 주고받으면서 신호를 조정하는 것과 같다.
네트워크 통신에서도 도로 교통처럼 중앙 관제소에서 전체 네트워크 상황을 보고 트래픽을 관리하는 방법이 더 효과가 있다. 하지만 현재 네트워크 구조에서는 스위치와 라우터 같은 개별 장비에 있는 네트워크 제어 기능을 통합한 중앙 관제소를 만들 수가 없다. 인터넷은 핵공격에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제어 기능을 분산 설계했기 때문이다. 구조의 한계로 가장 효과 높은 네트워크 제어 방법을 도입할 수 없는 것이다.
SDN은 네트워크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제시된 새로운 네트워크 구조다. SDN에서는 소프트웨어가 스위치와 라우터의 트래픽 관리 기능을 대신한다. 네트워크 중앙관제소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를 SDN 컨트롤러(이하 컨트롤러)라고 한다.
컨트롤러는 네트워크의 스위치나 라우터와 통신하면서 각 장비로부터 네트워크 상황 정보를 수집한다.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수립된 패킷 전송 규칙은 다시 컨트롤러에서 스위치와 라우터로 내려간다. 스위치와 라우터는 지시받은 규칙에 따라 패킷을 제어·전송한다.

기능 단순화로 저렴한 비용 구현
컨트롤러가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만큼 SDN에 사용되는 스위치와 라우터는 네트워크 관리 기능이 없다. 데이터 전송 기능만 있기 때문에 하드웨어 구조가 간단해지고 가격이 내려간다. 그만큼 네트워크 구축비용도 저렴해진다.
미래 네트워크에서 비용은 중요한 문제다. 앞으로 데이터 통신량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데이터 증가량에 맞춰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물리 망을 구축하면 비용도 폭증하게 된다.
하지만 다소 저렴한 SDN 네트워크 장비를 이용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스위치나 라우터 가격이 내려가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 네트워크를 쉽게 확장할 수 있다. 또 SDN은 네트워크 패킷을 전달하는 기능을 제외하면 모두 소프트웨어로 기능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능 개발이 더 쉽다.
하드웨어 중심의 네트워크에서는 새로운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적절한 하드웨어를 만들고 최적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드웨어에 들어갈 칩을 만드는 데만 1년이 걸리기도 한다. 또 네트워크 장비에서 지원하지않는 서비스를 실시하기가 어렵다.
이런 문제는 빠른 서비스 확장을 원하는 IT 기업에 걸림돌이 된다. 스위치 장비의 최적화 속도에 불만을 느낀 페이스북이 직접 스위치 기술 개발에 나선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하지만 SDN에서는 개별 기업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소프트웨어로 개발할 수 있다. 그만큼 서비스 개발 기간도 단축되고, 다양한 기능도 구현할 수 있다.

SDN은 개별 기능이 소프트웨어로 구현되는 만큼 네트워크 기능별로 전문화된 벤더들이 출현할 수 있다. 과거에는 IBM이 메인프레임을 중심으로 모든 시스템을 일괄 공급했다. 하드웨어와 주변기기는 물론 운영체계(OS)와 응용소프트웨어까지 모두 제공했다. 하지만 지금은 하드웨어, 주변기기, OS, 소프트웨어 등 부문별로 전문 기업이 존재하고 이들의 제품을 조합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현재 네트워크는 과거 IBM처럼 시스코나 에릭손 같은 네트워크 장비 업체가 시스템을 일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SDN 스위치 장비 업체 외에도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콘트롤러 업체 등 기능별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전문 업체가 등장할 수 있다. SDN의 등장으로 그동안 개별 영역으로 생각되던 네크워크 분야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