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부총리 "산업단지 개조"..4년전 데자뷰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중소기업현장방문으로 인천남동공단 소재 (주)파버나인을 방문해 이제훈 대표로부터 제품생산라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날 최 부총리의 인천 남동공단방문은 산업현장 방문을 통한 정책현장의 체감도 제고와 애로 및 건의사항을 정책에 반영하기위해 이뤄졌다. 2014.7.20/뉴스1(서울=뉴스1) 이종덕

"젊은 인재들이 산업단지 취업을 기피하니까 공단 경쟁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공단을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공간으로 바꿀 계획입니다."(최경환 전 지식경제부 장관, 2010년 10월29일 시흥 QWL밸리 조성 출범식)

"노후 산업단지의 근로환경 때문에 청년 인력이 산업단지를 기피하고 있어 인력수급이 쉽지 않습니다. 젊은 사람이 일하고 싶은 공단을 만들겠습니다"(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14년 7월20일 인천 남동공단)

4년이 흘렀지만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입에선 똑같은 말이 나왔다. 직함도 장관에서 부총리로 격상됐지만,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최 부총리가 20일 인천 남동공단을 방문, 산업단지 환경 개선을 강조했다.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재직할 때 했던 말과 4년이란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판박이처럼 똑같다.

최 부총리는 지경부 장관 시절 "공단에 젊은 인재들이 오지 않아 문제"라며 중소기업 지원 대책으로 산업단지 환경 개선책을 내놨다. 이른바 'QWL(Quality of Working Life) 프로젝트'인데, 근로 생활의 질을 높인다는 게 골자다. 공단시설 보수 외에 직무생활의 만족과 동기, 생산성에 영향을 주는 제반 요인을 모두 바꾼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최 부총리는 당시 노후화된 4개 산업단지(시화·반월, 남동, 구미, 익산)에 1조3000억원을 투자해 기숙사와 문화, 교육시설 확충하는 등 근로자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고 했다. 낡고 오래된 공간으로 인식된 노후 산업단지(총 51개)를 일하고 싶은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얘기였다.

4년이 흘러 그는 지경부 장관에서 우리나라 경제 정책을 책임지는 경제부총리가 됐지만, 여전히 똑같은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크게 변화된 게 없는 탓이다. 산업단지에 연간 수 천 억원을 투입했지만, 공단은 여전히 젊은 인재들이 기피하는 곳으로 남아있다는 게 최 부총리의 판단이다.
최 부총리는 남동공단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오래된 산단을 개조·보수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문제다"며 "공단의 주차장 문제는 4~5년전부터 지속적으로 들었던 문제다"고 이를 인정했다.

현재 20년 이상된 노후 산업단지는 전국적으로 100여 개에 이른다. 정부는 올해 7개의 노후 산업단지를 혁신산업단지로 바꾸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2017년까지 17개의 노후 산업단지를 개선할 방침이다.

하지만 공단에 입주한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정부 정책이 핵심을 파고들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4년 전에 나왔던 것과 이름만 바꿨을 뿐 알맹이가 없는 탓에 달라질 게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박 대통령 취임 이후 QWL사업을 '행복 산단'으로 바꾸고, 노후산단을 청년층이 일하고 싶은 곳으로 탈바꿈시켜 기업과 인재가 모이도록 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남동공단에 입주한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환경 개선도 중요하지만 병역특례나 전문인력 육성대책, 산학연 연구시스템 등 중소기업들이 현장에서 겪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 운영부장은 "중소기업청이 발주하는 글로벌 기술개발 과제를 수행하려면 전환사채나 신주를 발행하는 등 자금을 끌어모야한다"며 "작은 중소기업에 그럴 능력이 어디 있냐"고 토로했다. 이어 "수출기업은 환율이 가장 큰 걱정이고,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들은 여전히 은행들의 고금리가 문제"라며 "겉만 그럴싸한 대책보다 중소기업인들의 피부에 와닿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윤재 숭실대 교수는 "정부의 산업단지나 중소기업 대책이 임기응변식으로 반짝 지원에 그쳐선 절대 문제를 풀 수 없다"며 "모든 부처가 협업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중장기대책을 내놓아야 산단에 젊은 인재가 모이고 중소기업도 산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