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리서치, 드론 이용해 긴급통신망 구성

전화벨이 울렸다.
정재웅 아토리서치코리아 대표는 심각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이내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다. “그럼 다 잘된 거군요.” 정 대표는 무슨 일인지 궁금해 하는 기자에게 자신만만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아토리서치코리아는 고객사의 요청으로 POC(proof of concept, 소프트웨어 기능을 확인하는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SDN 컨트롤러의 기능을 확인하는 것이 이번 POC의 핵심이었다. SDN의 핵심인 컨트롤러를 테스트하는 만큼 모두의 신경이 쏠려 있었다.
그런데 다른 회사 제품과 달리 아토리서치코리아의 컨트롤러에서만 문제가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아토리서치코리아는 이 문제로 말미암아 기술력을 입증할 수 있었다. 컨트롤러는 네트워크의 효율 관리를 위해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고 전송 규칙을 내려 보내야 한다. 그런데 아토리서치코리아 컨트롤러의 판단 속도가 너무 빨라 스위치가 컨트롤러의 명령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오히려 문제가 발생했다.
처리 속도보다 빨리 명령이 내려오다 보니 스위치가 컨트롤러의 명령을 DDos 공격으로 오인하고 네트워크를 차단한 것이었다. 아토리서치코리아는 오히려 컨트롤러 속도를 늦춤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

드론을 이용한 긴급통신망 구성
아토리서치코리아는 뛰어난 SDN 컨트롤러를 바탕으로 네트워크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드론을 이용해 재난 지역 긴급 통신망을 구성하는 기술도 선보였다. 재난이 발생하면 해당 지역의 통신망이 단절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또 재난 지역이 해양이나 산처럼 처음부터 통신망이 구축되지 않는 지역일 수도 있다.
아토리서치코리아는 드론과 SDN 기술을 이용해 재난 지역에 통신망을 구축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먼저 드론에는 무선이동통신 중계에 사용하는 펨토셀을 설치했다. 이 드론은 SDN으로 제어된다. 특정 지역에 이 드론을 띄우면 SDN, 드론, 펨토셀을 이용해 간단히 임시 기지국을 세우고 통신망을 구축할 수 있다. 펨토셀은 출력에 따라 통신 반경이 10㎞에 이르는 만큼 여러개의 드론을 이용하면 넓은 지역에 걸친 통신망 구축도 어렵지 않다.
아토리서치코리아가 긴급 통신망을 구성한 원리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풍선, 드론을 이용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과 다르지 않다. 정 대표는 기기가 담당하는 범위, 통신 목적, 장비 크기가 다를 뿐이라고 설명했다.

재난 지역 긴급통신망에서 기지국 역할을 하는 드론

네트워크 변혁기… 중요한 것은 사람
정 대표는 SDN과 관련해 지금이 네트워크 분야의 변혁기인 만큼 한국도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같은 미들웨어 분야에서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은 게임과 같은 서비스 분야에 편향되어 있다. 미들웨어 분야에는 관심도 적고 성과를 내는 기업도 거의 없다. 산업이 부진하다 보니 우수 인력도 잘 유입되지 않았다. 결국 미들웨어 분야의 발전도 더 더뎌지는 악순환을 겪었다.
게다가 네트워크 분야는 이론이 잘 정립돼 있어서 지금까지는 도전해도 기술 발전에 기여하거나 산업에진출할 기회가 적었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이 등장한만큼 기술 발전에 기여할 기회가 많아졌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많은 기업과 우수 인력이 SDN 분야에 도전하면 좋겠다는 게 정 대표의 바람이다.
아토리서치코리아도 네트워크 시장에서 선전하기 위해 우수 인력 유치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네트워크 분야가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계층화·전문화되는 만큼 우수 인력이 집중한다면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토리서치코리아는 SDN 컨트롤러의 강점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이 분야에 자원을 집중시킨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