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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雜s]유시민의 '욕망', 그가 보는 한국현대사

50雜s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 |입력 : 2014.07.26 05:30|조회 : 1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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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40대 남자가 늘어놓는 잡스런 이야기, 이 나이에도 여전히 나도 잡스가 될 수 있다는 꿈을 버리지 못하는 40대의 다이어리입니다. 몇년 있으면 50雜s로 바뀝니다. 계속 쓸 수 있다면...
[40雜s]유시민의 '욕망', 그가 보는 한국현대사
"이제 50대 중반이 된 우리 세대는 아직 인생을 회고할 나이가 아니다. 아직은 과거보다 미래에 시선을 둬야 한다."

유시민은 이렇게 말했지만, 인생이 절반은 꺾어졌다고 생각하는 40대만 돼도 한번 뒤를 돌아보고픈 욕구가 생긴다.

'정계에서 은퇴해 문필업으로 돌아온 자유주의자'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유시민이 '나의 한국 현대사'(돌베개)를 펴낸 것도 일정 부분은 그런 욕망 때문일 거다.

책의 부제는 '1959-2014, 55년의 기록'이다. 왜 1959년? 유시민이 태어난 해이다. 그래서 '나의 한국 현대사'는 말 그대로 유시민이 '선택한 역사'이다.

물론 유시민이 벌써 인생을 회고하기 위해 현대사를 쓴 건 아니다. 유시민 역시 "미래는 내일 오는 게 아니라, 과거를 돌아 볼 때 우리 내면에 들어와 있다"고 말한다.

그는 주관적으로 '선택한' 역사를 통해 사실들의 관계를 맺어주고, 미래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의도를 미리 공지한다. "역사적·정치적 공방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나는 그것이 감당할 가치가 있는 위험이라고 믿는다"는 솔직함은 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오르게 만드는 '유시민표' 저작물들의 무기이다.

유시민은 확실히 '정리'의 귀재다. 책은 진보주의자의 시각에서 정리한 중고등학교 현대사 교과서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잘 짜여 있다.

대학에서 유시민의 '항소이유서'를 접했던 나같은 세대가 모르는 사실은 담겨 있지 않다. 아마도 40대 50 독자들은 그의 '선택'에 대해서도 큰 의의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술술 읽히지만 밋밋하기도 하다. 물론 20,30대 혹은 중고등학생들이 느끼는 감은 다를지 모른다. 그게 세대를 가르는 기준선일지도.

의외로 다가오는 건 책의 내용이 아니라, 유시민이 현대사의 흐름을 정리하는 잣대로 (전혀 신선하지 않은)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욕망 위계설'을 차용했다는 점이다.
욕망위계설은 인간의 욕구를 가장 기초적인 생리적 욕구에서부터, 안전의 욕구, 소속과 사랑의 욕구, 존중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 등 다섯단계로 구분한다.(유시민은 '욕구'가 아닌 '욕망'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박정희 정권은 물질적 풍요를 바라는 대중의 욕망을 무제한 분출시키고 그 탁류에 기대어 권력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중들이 그보다 한단계 높은 자유 정의 민주주의 인간적 존엄성의 욕망을 분출시키면서 그는 몰락했고, 김재규의 손가락이 방아쇠로 옮겨졌다는 식의 설명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대한민국은 '자아실현'이라는 최고의 욕망을 자유롭게 추구하는데 필요한 사회경제적 문화적 조건을 어느 정도 확보한 사회인 것은 분명하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제한된 자부심'을 가질만 하다는 것이다.

자부심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건, 여전히 저급한 물질적 욕망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는 진도 앞바다가 아닌 욕망의 바다에 침몰한 것이다.
('욕망'은 우연히 차용된게 아니고, 요즘 유시민 사고의 중심부에 있는 듯하다. 그는 정의당의 팟캐스트 '노유진(노회찬-유시민-진중권)의 정치카페'에서도 새누리당에 대해 대중의 물질에 대한 욕망을 부추기는 정당이기에 강력하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욕망위계설'은 신선하지도 않고 정밀하지도 않지만, '청년 유시민'과의 차별성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한 잣대이다. '옳은 말을 싸가지 없이 하던' 그가, 이제는 부드럽고 느슨하게 말하는 법을 익힌 '장년 유시민'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그의 표현대로라면)'실패한 정치인' 유시민은 여전히 그를 실패하게 만든 조건들에 대한 신경질적인 서운함을 나타낸다.

"박근혜 정부의 기반은 과거와 같은 폭력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채 거대 보수언론과 재벌, 공안세력이 반복주입하는 반공이데올로기에 휘둘리는 시민들의 의식이 그 기반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게 우리가 사는 민주주의이고,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는 시민들로 이뤄진 사회는 상상속의 이데아일뿐이다.

유시민이 보기에 '우리의' 미래가 헤쳐나가야 할 가장 큰 도전요인은 초고령화와 에너지 가격의 상승이다. 두 가지 위기요인을 안고 가면서 경제적 양극화를 해소 또는 완화해 갈 수 있는 주체는 누구일까.

유시민은 자기존중과 자아실현의 욕망, 타인의 고통과 슬픔에 대한 공감에 끌리는 젊은 세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고차원적 욕망과 공감의 능력을 갖춘 이들이다. 40대, 50대에게 남겨진 역할은 이들을 지원하는 것 정도일지 모른다. "40대가 지금의 50대와 같아진다면, 50대가 지금의 60대와 비슷해진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는 게 유시민의 불길한 진단이다.

'나의 한국현대사'는 유시민의 '자아실현 욕망'이 꿈틀대는 과외 교과서이다. 정치에서 은퇴했다고 하지만 현대사 과외를 통해 '과거회귀적 유권자'를 끊임없이 경계하는 그의 장외정치는 계속되고 있다. 진보 진영으로서도 유시민은 링 바깥에 있는 게 훨씬 효용성이 커 보인다.

◇나의 한국 현대사=유시민 지음, 돌베개, 420쪽,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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