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가 기정사실? 동결땐 시장충격 커질수도

8월 기준금리 인하론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미 기준금리 인하 '깜빡이'를 켰고, 시장에서도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은 이미 국고채금리 등에 반영되기도 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가계부채 문제도 고민해야 하는 한은이 예상밖의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시장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51%로 마감됐다. 지난 8일 기준 2.65%였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7월 금통위가 열렸던 10일을 전후로 지속적인 하락 추세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당시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2.5%로 동결했지만 "경기 하방리스크가 커졌다"며 향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놨다. 기준금리는 통상 만장일치로 결정되지만 당시에는 소수의견도 나왔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은 지난 21일 최경환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은 총재의 회동을 통해 또 한번 부각됐다. 두 사람의 회동은 원론적인 수준의 발언으로만 채워졌지만 강력한 경기부양 의지를 밝힌 최 부총리가 이 총재를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은 또 다시 높아졌다. 정책공조의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음달 14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15개월 동안 이어진 동결 행진도 끝나게 된다. 하지만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특히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대부분의 국내 연구기관들과 달리 외국계 금융사들은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로 BNP파리바는 "한은이 올해와 내년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낮췄지만 여전히 추세적 경제회복을 전망하고 있다"며 당장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전망도 나온다. 가계부채 문제가 대표적이다. 기준금리를 낮추게 되면 일정 수준의 가계부채 증가도 감수해야 한다. 한은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상황은 초저금리를 실시하고 있는 미국 등 다른 나라와 달리 가계부채가 계속 늘어나고만 있다"며 "부동산 규제 완화와 함께 별다른 대책 없이 기준금리를 내리게 되면 가계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은의 부담이 예상밖의 기준금리 동결로 이어질 경우 시장의 충격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경우 명분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한은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금리 동결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면서 동결이 되면 시장의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홍섭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지지 않으면 시장에서 당황스러워하겠지만 만장일치가 아닐 것이기 때문에 여전히 기준금리 기대감은 살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