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서 '토종' 브랜드 약진

삼성전자와 애플이 양강 체제를 유지해 온 스마트폰 시장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중국의 샤오미(小米)는 삼성·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가 됐고 전 세계 각국의 '토종' 브랜드들도 약진하고 있다.

샤오미는 22일 스마트폰 신제품 'Mi4'를 중국 베이징에서 공개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속칭 '애플 짝퉁'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샤오미지만 이번 신제품 공개에는 스마트폰 업계가 일제히 주목했다.


샤오미는 올해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271%라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삼성의 아성을 넘보고 있다. 올 상반기 샤오미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2600만대로 지난해 연간 판매량 1900만대를 이미 넘어섰다. 올해 연간 판매 목표량은 6000만대다.

시장 점유율에서도 삼성의 턱 밑까지 좇아왔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샤오미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1%로, 삼성전자(18%)와 레노버(12%)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원조' 애플은 점유율 10%로 샤오미에 밀려났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샤오미는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려 승승장구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동통신사에 보조금 축소를 명령하고 중국 내 생산 제품에 한해 판매를 허용하는 등 자국 업체에 유리한 규제를 부과하고 있다.


샤오미는 지난해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관련 핵심 임원인 휴고 바라 전 부사장을 영입하는 한편, 홍콩과 대만, 싱가포르에 이어 인도, 브라질 등으로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올해 전망은 밝다. 대만 IT 전문지 디지타임스는 올해 하반기에 중국 최대 이통사인 차이나모바일이 4G 스마트폰 판매 목표를 8000만대로 내세우면서 현지 브랜드들이 잇따라 4G 모델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판매량도 증가하리란 전망이다. 중국 업체들의 올해 연간 스마트폰 선적량은 4억대에 달하고 이 중 해외 수출이 3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 현지 업체들은 내수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기반 업체들의 지난 2분기 스마트폰 수출 선적량은 15~20% 증가했다. 특히 동남아시아 신흥국으로의 수출이 크게 늘었다.

세계 2위 규모 이동통신 시장인 인도는 스마트폰 업체들에게 중국 못지않은 최대 격전지 중 하나다. 지난 1분기 인도에서 판매된 스마트폰은 145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219%라는 엄청난 성장세를 보였다.

현재는 삼성이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유지하고 있지만, 샤오미가 인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현지 토종 브랜드인 마이크로맥스도 바짝 추격하고 있어 향후 판세는 장담할 수 없다.

이미 삼성은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마이크로맥스에 점유율을 뺏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34.3%로 전년도의 42.5%보다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마이크로맥스의 점유율은 7.7%에서 17.7%로 늘어났다.

마이크로맥스는 최근 삼성전자 인도법인의 모바일 및 디지털 이미징 사업 책임자였던 비닛 타네자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지난 4월에는 2차 워크아웃에 들어간 한국 업체 팬택을 인수할 의향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마이크로맥스는 방글라데시와 스리랑카, 네팔 등 동남아시아와 중동 시장에 진출했으며 최근에는 인도 스마트폰 업체 중 처음으로 러시아와 유럽 시장에도 진출했다.

프론티어 시장인 남아프리카에서도 토종 스마트폰 브랜드가 생겨나고 있다. 남아프리카 인터넷 서비스 공급업체인 아프리호스트는 최근 첫 스마트폰 '제스트 T1'을 출시했다. 아프리호스트은 제스트 T1이 삼성과 애플 제품의 특징을 두루 갖추면서 가격은 훨씬 저렴하다고 소개했다.

현지 매체인 데스티니는 지난달 출시된 제스트 T1의 번들 제품이 매진되면서 토종 브랜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전자제품 제조업체 CZ 일렉트로닉스도 올해 하반기에 남아프리카에서 현지 생산한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가까워진 선진국에서도 현지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프랑스의 스마트폰 제조업체 위코는 저렴한 가격의 제품으로 유럽에서 중국 브랜드와 경쟁하고 있다. 위코는 유럽 내 매출액이 세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는 등 급속 성장하고 있다. 위코의 프랑스 내 시장 점유율은 8%이며 영국 등 유럽 내 다른 지역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위코의 스마트폰 선적량은 2600만대에 달했다.

위코는 지난 2011년 2월 프랑스 기업인 로랑 다한이 설립한 회사로, 최대 주주는 중국 IT 기업인 티노 모바일이다. 제품 생산도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본사를 프랑스 마르세이유에 두고 유럽을 타깃으로 한 디자인과 마케팅을 개발한 덕분에 프랑스에서는 중국 회사라는 인식이 거의 없다.

위코 외에 러시아의 요타폰이나 스웨덴의 버투 등도 유럽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여전히 삼성과 애플의 위상이 굳건하다. 두 회사는 각 34% 정도의 점유율을 나란히 차지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MS의 윈도우폰은 점유율이 5.4%에서 4.7%로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