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어진 특례상장 門…바이오벤처 코스닥 입성 도전 봇물

비상장 바이오기업들이 '신성장동력 기업 상장제도'(이하 기술성평가 상장)를 통한 코스닥시장 입성을 노리고 있다. 지난 17일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특례상장제도가 운용 중이지만 활발하지 못하다. 기업들이 코스닥에 상장하고 자금을 조달할 방법은 없는지 관계부처가 검토했으면 한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바이오업계는 지난해 12월 인트로메딕 (5,850원 ▼260 -4.26%) 이후 특례 상장 기업을 찾아볼 수 없었다. 잠잠했던 기술성평가 상장제도가 다시 활기를 띨 수 있을지 주목된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부광약품 (5,990원 ▼100 -1.64%) 자회사로 줄기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안트로젠은 지난 21일 한국거래소에 기술성평가 상장을 통한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접수했다. 안트로젠은 지난 3월 증권거래소가 지정한 외부평가기관의 기술성 평가를 통과했다. 상장 주간사인 키움증권 관계자는 "정부가 기술벤처의 자금조달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어 안트로젠이 상장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당뇨성 망막병증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회사 아이진은 지난주 거래소에 기술성평가를 신청했다. 아이진 관계자는 "내달 중에 기술성 평가기관이 정해지면 이르면 9월에는 기술성평가 통과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회사인 알테오젠과 바이오 소재인 펩타이드 전문업체 펩트론도 현재 기술성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신약후보물질 분석업체인 노바셀테크놀로지, 펩타이드 전문기업 애니젠도 기술성평가를 통한 특례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2005년 도입된 기술성평가 상장제도는 제3의 기관을 통해 기술력을 인정받으면 매출실적이 부진해도 상장을 해서 성장할 기회를 주도록 한 특례조치다. 기술력을 인정받으면 매출(최근 사업연도 100억원 이상)이나 이익(순이익 20억원 이상) 등이 상장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더라도 상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특례상장한 일부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가 잦아 그동안 증권거래소가 기술성평가를 까다롭게 해왔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금융규제 개혁에 나서면서 특례상장 심사요건과 심사기간을 줄여주기로 했다. 이는 바이오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특례상장을 시도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특례상장 본래취지와 달리 기업의 재무제표를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며 "기술력 위주로 본다면 다 많은 바이오벤처 기업들에게 상장의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부 바이오벤처들은 오랜 기간 연구를 통해 기술력을 키워왔다는 평가다. 김 연구원은 "바이오가 붐을 이룬 2000년 이후 많은 바이오기업들이 생겨났다"며 "10년 이상 기업이 생존하면서 기술적 성과도 상당 수준으로 축적해 기술성평가를 통과할 기업들이 더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특례상장이 활성화되면 바이오사업도 활력을 띨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이사는 "특례상장 기업이 늘어나면 초기단계에 투자했던 벤처캐피탈들이 투자금을 회수할 기회가 될 것"이라며 "새로운 바이오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기술성 심사기준을 낮출 경우 특례상장을 통해 상장된 기업들의 기술개발이 다소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상장된 인트로메딕의 경우 상장 이후 주가가 146% 상승했다. 반면 2009년 11월 상장된 진매트릭스는 상장 이후 주가가 64% 하락했고, 2011년 7월 상장된 나이벡은 61% 하락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특례상장 한 기업의 경우 장기적 안목으로 신중하게 투자하는 것이 주가하락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