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휴가에도 '정상화'가 필요하다

휴가철이 본격화됐는데도 박근혜 대통령의 휴가 일정이 공식 발표되지 않고 있다. 다만 비서관이나 수석들의 휴가 일정을 보고 7월 28일부터 8월 1일까지로 미뤄 짐작되고 있다. 참고로 '대통령의 입'이라 할 수 있는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다음 주에 휴가를 간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후 첫 여름 휴가 때 청와대 별장이 있는 경남 거제의 저도에 내려갔다 하루만 쉬고 관저로 돌아왔다. 올해는 휴가 일정 자체가 공지되고 않고 있다. 대통령의 휴가에 관심을 갖는 건 연쇄파급 효과 때문이다. 대통령의 휴가 일정은 수석들은 물론 산하 비서관, 행정관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장·차관부터 국과장, 사무관 등 각 부처가 영향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역대 대통령들은 통상 7월말에서 8월초 기간 중 며칠을 골라 휴가를 다녀왔고, 비보도 전제로 이런 사실을 알리곤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경남 거제 저도에서 취임 후 첫 여름휴가를 지냈다.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 수습이 마무리되지 않은 탓이 크고, 인사 파동을 겪은 뒤 2기 내각이 갓 출범한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 대변인은 "대통령의 휴가 일정을 정하는 데 두 가지 고려사항이 있다"며 "세월호 상황과 민생경제 활성화 양쪽 조건을 현재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하루가 48시간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는 박 대통령이다. 휴가를 가더라도 대부분의 시간을 관저에서 보낼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 대변인의 말에 따르면 짧은 기간 여행을 다녀올 가능성은 열려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올해는 박 대통령도 매년 호사스런 휴가 논란에 휩싸이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만큼은 아니더라도 훌훌 털어버리고 이왕이면 길게 휴가 다운 휴가를 떠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재충전이 필요한 법이다. 육체적이나 정서적으로 방전된 배터리를 충전시킬 필요가 있다.

관저에서 보고서를 읽다 궁금한 게 있으면 밤낮이나 주말을 가리지 않고 장관이나 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박 대통령이다. 장관과 참모진이 항상 긴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휴가 기간에는 휴대폰을 옆에 끼고 노심초사하는 일도 없었으면 한다. 적당한 휴가는 빡빡한 국정의 윤활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휴가에도 정상화가 필요하다.


더구나 올해는 세월호 참사 후 침체된 내수 경기 회복을 위해 정부가 나서 여름 휴가 하루 더 가기 캠페인까지 펼치고 있다. 100만명이 넘는 공무원과 공기업 임직원들이 국내에서 여가를 즐기며 돈을 쓴다면 내수가 활력을 되찾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터다. 적자 재정을 확대해서라도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정부 아닌가. 공직사회 정점에 있는 박 대통령부터 모범을 보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