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죽음, 계속되는 음모론…"사인 규명 못할수도"

전남 순천에서 발견된 변사체 DNA가 22일 유 전회장의 것과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나며 사망 원인을 둘러싼 의문이 잇따라 제기된다. 그러나 변사체의 부패가 상당히 진행돼 끝내 미스테리로 남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돼 정밀 분석을 위해 국과수로 이송된 22일 오전 양천구 신월동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과학연구소에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유병언, 자살 가능성은?=일각에서는 대대적인 인력을 동원한 검·경의 수색에 쫓긴 유 전회장이 자살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유 전회장의 도피 행각에 비추어 보면 자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검찰에 따르면 유 전회장은 도피 초기인 지난 5월4일쯤 몸을 숨기고 있던 순천 송치재 별장 근처 토지와 건물을 사들였다. 유 전회장은 들고 다니던 가방에서 2억5000만원을 직접 꺼내 대금을 치렀다.

이에 따라 불과 몇주 전 거액을 내고 땅을 사들인 유 전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추측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잘린 목'?…타살 가능성?=이날 오후 유 전회장 시신의 머리가 분리돼 있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타살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아울러 유 전회장이 가지고 다니던 것으로 알려진 현금이 발견되지 않은 점도 의혹을 키웠다. 검찰은 도피 중인 유 전회장에게 땅을 판 A씨의 진술을 토대로 그가 들고 다니던 가방에 20억원에 달하는 현금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이에 따라 누군가 유 전회장을 살해하고 이 돈을 가져갔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그러나 경찰에 따르면 시신은 발견 당시 온전한 상태였으나 부패가 심해 영안실에 안치하는 과정에서 목 부분이 분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에 따르면 외부에서 목 부위에 힘을 가한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정확한 사실관계는 국과수의 부검 결과가 나와야 하지만 아직 타살 정황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의학 전문가들 "사망 원인 규명 불가능할 수도 있다"=법의학 전문가들은 국과수의 2차 부검으로도 유 전회장의 사망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경찰이 "시신이 이미 80% 이상 부패된 상태"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권일훈 대구 권법의학연구소장은 "시신이 상당 부분 부패해 있다면 사망 원인이나 자살·타살 여부를 규명하지 못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망 원인을 규명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이 바로 부패"라며 "부패한 시신을 부검해 사망 원인을 밝혀도 정확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부와 근육 등 연조직이 부패되면 외상 흔적까지 함께 손상되고, 부패한 시신에서 채취한 시료는 화학 반응을 살피기에도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법의학 전문가도 "시신 상태를 보지 않은 채 부검 결과를 추측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부패한 시신만으로 사망 원인을 규명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