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의 마술사, 국민관광상품권을 키우자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올 여름 스페인으로 휴가를 떠날 계획이던 KDB대우증권 조성모 과장(가명·39)은 최근 제주도로 여행지를 급선회했다. 회사에서 국민관광상품권을 일괄 구입해 직원 1인당 90만원씩 나눠준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조 과장은 "스페인 여행에 400만원 정도를 쓸 예정이었는데 국민관광상품권을 활용하니 여름 휴가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며 "직원 중에 해외 여행 대신 국내 여행으로 돌린 사람들이 꽤 있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휴가비 명목으로 국민관광상품권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국내여행 활성화에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휴가비로 현금이 아닌 관광상품권을 지급하면 이를 계기로 국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수 있다.


실제 SK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국민관광상품권 100억원 어치를 구입해 계열사별로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직원들에게 모두 지급했다. KDB대우증권도 국민관광상품권 27억원 어치를 사들여 여름 휴가비로 전 직원들에게 나눠줄 계획이다.

국민관광상품권이 여름 휴가 뿐 아니라 더 많은 국내 여행을 촉진할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실제 KDB대우증권 직원들 중 여름휴가를 다녀온 뒤 9~10월 징검다리 연휴에 한 번 더 국내 여행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KDB대우증권 관계자는 "국민관광상품권은 국내 여행 시 필요한 숙박이나 테마파크, 외식 등에 활용할 수 있어 쓰임새가 좋다"며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도 쓸 수 있어 내수 경기 전반을 진작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공식 후원하는 국민관광상품권의 쓰임새는 다양하다. 호텔과 콘도·펜션 등 숙박은 물론 여행상품과 렌터카 이용시에도 쓸 수 있다. 워터파크와 놀이동산, 골프장에서도 상품권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특히 국내 여행 전용 상품권인 '내나라여행플러스카드(이하 내플카드)'는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이 연계해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기업과 지자체가 '1사 1관광지'를 맺을 경우 활용도는 더 커진다. 카드에 지자체 관광명소나 기업 로고를 함께 담아 숙박, 음식점, 기념품가게 등 해당 지자체 내 가맹점에서 이용할 경우 추가할인을 해 주는 방식이다.

지자체는 외부 관광객들을 안정적으로 유치할 수 있어 좋고, 기업은 카드가 쓰이는 곳에서 기업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으며, 사용자는 추가 할인을 받게 돼 모두 윈-윈하는 구조다.

이렇다보니 연차를 쓰는 직원들에게 여행 경비로 아예 국민관광상품권을 지급하는 기업들도 있다. S서비스업체는 지난해부터 직원 근무연수에 따라 1인당 20만~70만원의 연차비용을 국민관광상품권으로 주고 있다.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 올해는 추가로 직원 1인당 30만원씩 여름 휴가비도 관광상품권으로 나눠줄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연차비의 일부를 국민관광상품권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도입하면 국내 여행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며 "정부도 여기에 동참해 공무원들의 연차비 일부를 국민관광상품권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