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도 않은 평가방식이 잘못?"…감정원의 이상한 타당성조사

@임종철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한남동) '한남더힐'의 분양전환가격에 대한 감정평가가 적절했는지 여부를 따지는 한국감정원의 타당성조사에 각종 의혹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타당성조사 심의과정에서 주요 심의위원들이 교체되고 심의결과가 번복된 데 이어 이번엔 감정평가사들이 감정평가서상 하지도 않은 평가방법을 가지고 타당성 여부를 따진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다.

24일 감정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감정원은 나라, 제일, 미래새한, 대한 등 4개 법인 소속 감정평가사들에 모두 '부적정' 판정을 내린 이유 중 하나로 원가방식 감정평가액의 적정성 문제를 들었다. 토지 및 건축평가에서 비용이 과다 또는 과소계상돼 감정평가액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라와 제일, 대한감정평가는 애초 감정평가시 거래사례비교방식(이하 비교방식)만으로 감정평가액을 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규정상(감정평가에 관한 규칙) 아파트 등 집합건물의 토지와 건물을 일괄 감정평가할 때는 비교방식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다만 원가방식, 수익방식 등 다른 평가방법과 비교해 감정평가액의 합리성을 검토하도록 돼 있지만 이 역시 불필요하거나 평가가 힘들다고 판단되면 안해도 된다.


감정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아파트 등 주거용 건축물 대부분은 관련법에 의해 비교방식만으로 평가를 한다"며 "원가방식이나 수익방식은 그 특성상 시점 등에 따라 가격이 크게 차이가 날 수 있어 검토만 할 뿐 감정평가서에 반영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감정원은 원가방식 감정평가액의 적정성 여부를 따지기 위해 해당 감정평가사에 의견서와 질의서를 보내 관련 자료를 요구했고 이를 토대로 타당성조사를 진행했다. 업계에선 감정원이 원가방식 감정평가액을 문제삼은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선 감정원이 '부적정' 판정을 내리기 위해 자의적으로 타당성조사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문제가 된 비교방식 감정평가액의 적정성 여부만 따지면 될 일임에도 굳이 감정평가서에 반영되지도 않은 원가방식 문제를 끄집어내 논란을 키우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감정원은 한남더힐의 경우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데다 비교방식 외에 다른 평가방식을 적용하는 것도 용이한 만큼 서로 비교해 합리적 가격을 산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감정원 관계자는 "심의위원들이 판단한 것으로 3개 평가방식으로 비교해 가격을 산정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원가방식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감정평가사가 판단할 문제"라며 "한남더힐과 같은 고가(시세)주택은 비교방식과 원가방식간 감정평가액 차이가 클 수밖에 없어 비교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한남더힐’ 타당성조사 평가방법 관련 반론보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