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이웃학교 서로 '학생 못받겠다'…무슨 일?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서울 강남구 세곡2지구(보금자리주택)의 전입학생 배정을 두고 강남교육지원청과 지역 내 초등학교들이 갈등을 벌이고 있다.

세곡2지구 인근에 위치한 왕북초 학부모들은 지난 23일 강남교육지원청을 항의방문하고, 다음 달부터 입주하는 1단지 전입학생들을 분리 배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24일 왕북초 학부모들에 따르면 당초 강남교육지원청은 세곡2지구와 더 가까운 대모초를 증·개축해 1~2단지 입주에 따른 초등학교 전입학생 430여명을 배정하기로 계획했다. 하지만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지난해 10월 왕북초에 5개반을 늘려 1단지 전입생(330여명)을 배정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학부모들은 이런 내용을 지난 14일 인지했으나, 강남교육지원청이 정한 이의제기 시한이 16일인 탓에 의견수렴조차 못했다고 주장했다.

5개반 증설도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학부모들은 주장하고 있다. 교과연구실·음악실·과학실 등 특별교실 8개반 중 7개반을 일반교실로 바꾸는 방안으로 대체해 학생들의 교육권을 침해했다는 것. 세곡2지구와 왕북초 사이에 왕복6차선인 광평로가 있어 통학하기에 위험하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학부모들은 "지역사회 공동발전을 위해 2014학년도 2학기에 한해 1단지 전입학생 중 일부를 받는 것에는 동의한다"며 "2015학년부터는 적절한 학구 조정을 통해 합리적인 통학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강남교육지원청과 서울시교육청은 대모초 증·개축 계획은 검토했던 여러 방안 중 하나였으며, 적절한 의견수렴 과정도 거쳤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당초 대모초와 왕북초 인근의 땅을 사서 증개축하는 방안을 모두 검토했으나 투자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강남교육지원청에서 최종적으로 왕북초의 기존 건물을 증·개축하는 방안을 확정해 시교육청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강남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왕북초의 경우 일반교실이 남아서 특별교실로 활용했던 것"이라며 "6월 18일 공문을 보냈을 뿐 아니라 홈페이지를 통해 7월 16일까지 의견수렴을 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1단지 전입학생 330여명도 최대치일 뿐 실제로 그렇게 많진 않을 것"이라며 "증·개축은 2단지 입주가 시작되는 2016년 9월까지 이뤄져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항의방문에 강남교육지원청은 1단지 전입학생들을 분리 배정하는 방안을 대모초와 협의해 오는 29일 알려주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왕북초에 비해 학급당 인원 수가 많은 대모초는 전입학생 배정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