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버스 뒷문 없앤다? 사고나면 아비규환 뻔해"

경기도와 서울간 고속화도로를 지나는 직행좌석형 좌석버스(빨간색 G버스) 승객의 입석 운행이 금지된 16일 오전 경기도 성남 분당구 서현동 한 광역버스 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

국토교통부가 수도권 광역버스의 뒷문을 없애고 좌석 4개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누리꾼들이 분노하고 있다. 사실상 또 다른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특히 뒷문이 없으면 교통사고 등 비상상황에 승객이 제대로 대처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24일 국토교통부와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국토부는 공단에 버스 구조변경 절차를 검토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수도권 광역버스에 뒤쪽 출입문을 폐쇄하고 좌석을 설치할 경우 42석은 46석으로, 39석은 43석으로 각각 4석이 확대된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이처럼 구조변경을 할 경우 버스를 증차하는 것보다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버스 1대 값은 약 1억5000만원이지만 구조변경에는 대당 200만원의 비용이 든다. 2000만원을 투자하면 1대만큼의 좌석을 추가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이같은 대책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하차용 뒷문을 없앨 경우 승하차 시간이 늘어나 혼란이 가중되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것. 한 누리꾼은 "뒷문이 있어도 정류장 정체시간 때문에 문제인데 뒷문 없어지면 정체시간이 30%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의견을 남겼다.

이밖에도 "예전 좌석버스에 앞문만 있었는데 불편해서 뒷문을 만든 것으로 안다", "지하철 문처럼 넓은 것도 아닌데 승하차시 혼란만 더 심해질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안전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사고 등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탈출이 어렵다는 이유다. 세월호도 구조변경으로 인한 사고였는데 버스도 무리한 구조변경을 하면 다른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특히 "사고 난 뒤 뒷문으로 못 내리면 더 아비규환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한 누리꾼은 "실제로 고속도로에서 버스에서 불이 나서 급하게 내린 적이 있다"며 "승객들이 다 내린 뒤 버스가 불타서 전소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에도 당황한 승객들이 서로 뒤섞여 내릴 때 혼란스러웠는데 문이 하나 줄어든다면 어떻게 될 지 생각만해도 아찔하다"고 우려했다.

졸속 대책이 이어지자 누리꾼들은 "제발 출퇴근시간에 버스를 한 번 타보고 대책을 마련해달라", "탁상행정은 이제 그만해달라"며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국토교통부 공식 홈페이지나 국민신문고를 통해 직접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 근처에 환승센터를 만들고, 톨게이트까지는 시내버스로 이동한 뒤 환승센터에서 탑승하게 해준다면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구체적인 제안도 있었다.

한편 이같은 논란이 지속되자 국토교통부측은 "광역버스 구조변경을 통한 좌석확대는 그동안 버스운송업계에서 요구해 온 사항이나 확정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교통안전공단에 공문을 보낸 것은 버스업계의 요구가 안전 등에 문제가 없는지 검토하기 위해서였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