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배당 1%p 늘면 국민연금 9000억 추가 수익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정부가 기업 이익의 일정 수준 이상을 배당에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기업소득환류세 제도를 도입키로 하면서 만 60~65세부터 받을 수 있는 국민연금 수급액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268개 상장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70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426억원 규모의 기금 가운데 84조원(19.7%)을 국내 주식에 투자한 것을 감안하면 배당수익률(1주당 배당금)이 0.84%에 그친다.

국민연금의 주식투자는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진다. 지난해 500대 기업에 대한 주식투자 규모가 68조원 수준으로 국내 주식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한다. 대기업의 배당 정책이 수익구조와 직결되는 셈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대기업의 배당 규모가 확대되면서 국민연금의 지난해 배당수익은 2011년(3300억원)보다 두배 이상 늘었다.

국민연금이 배당수익 확대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 있다. 국민연금은 올해 초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직간접적으로 기업들에 배당 확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배당이 적다는 이유로 컴투스, 유니퀘스트, 태광, 롯데삼강 등 8개 기업의 재무제표 승인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현재 기업들의 배당 규모를 국제 수준으로 2배가량 늘리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지난해 기준 국내 기업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에 대한 현금배당금 비율)은 21.1%로 전세계 평균인 40.2%의 절반에 그친다. 배당 성향이 낮은 편인 일본(30.1%)에 비해서도 크게 낮다.

대기업의 배당정책이 정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투자 규모와 기업들의 순이익 규모가 지난해 수준을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국민연금이 추가로 기대할 수 있는 배당수익은 1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지난 5월 발표된 국민연금의 중기 자산 배분안에 따라 지난해 19.7% 수준인 국내 주식투자 비중이 2019년 말까지 20%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점과 국민연금의 전체기금 증가 추이를 감안하면 국민연금의 배당수익은 지난해의 3~4배 수준으로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기업들이 정부 계획대로 배당정책을 세울지, 향후 기업들의 이익 규모가 어떻게 될지 등 여러 변수를 감안해야 있다"며 "분위기가 긍정적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