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이통' 또 무산…'흐리멍덩' 정부정책 혼란 부채질(종합)

SK텔레콤 (50,100원 ▼600 -1.18%), KT (33,300원 ▼350 -1.04%), LG유플러스 (9,690원 ▲10 +0.10%)를 잇는 제4 이동통신사 설립시도가 또다시 무산됐다. 이번에도 신청업체의 재정 능력이 결격 사유로 지목됐다. 근본적으로는 시장 정체에 이동통신 3사의 견고한 시장경쟁 구도가 고착된 상황에서 다른 대기업 혹은 대자본의 투자 매력도가 그만큼 없다는 게 한계다. 제4이동통신사를 끌어들여 가계통신비를 절감하겠다는 정부 정책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확실한 물주없다" 설립예정법인이 최대주주?

미래창조과학부는 24일 시분할 롱텀에볼루션(LTE-TDD) 기반의 제4이동통신 사업허가를 신청한 한국모바일인터넷(이하 KMI)의 사업계획서 심사결과, 심사기준(70점)에 미달해 탈락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KMI는 6번째 사업권 도전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KMI는 심사위원단으로부터 총점(100점 만점) 부문에서 62.3점을 받아 적격 심사기준에 미달했다. 본 심사 과정에서 적격판정을 받으려면 심사사항별로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 총점 70점 이상을 받아야한다.

KMI는 지난 2010년부터 매년 제4이동통신 사업권을 신청해왔지만, 매번 '재무 건전성'에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셔왔다. 올해 심사에서도 결국 재정 능력이 발목을 잡았다. 심사항목 중 가장 낮은 점수(53.2점)를 받았던 것.


미래부 설명에 따르면, KMI는 이번 사업권 신청에서 설립예정법인을 최대주주로 내세운데다, 계약관계상 주요 재원인 해외 자본의 조달계획 역시 불확실했다. 1% 이상의 주요 주주들 가운데 상당부분이 자기자본을 상회하는 투자금을 기재했으며, 현재 순손실 상태인 회사도 있었다는 게 미래부측 설명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프랑스 프리텔레콤 등 해외 제4이동통신사들의 방문결과,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가 분명히 있었다"며 "이는 기존 시장에서 기존 사업자와 대비해 모두 균등하게 경쟁력 있는 사업자가 진입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계획된 대로 투자하지 않을 경우, 중도에 접을 수도 이용자들이 적잖은 피해를 볼 수 없어 재무건전성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KMI가 이번에도 신뢰할만한 대기업 및 대자본 투자 유도를 이끌어내지 못했던 게 탈락의 직접적인 이유가 된 셈이다. 이는 다시 현재 시장 성장 정체에 통신 3사의 견고한 시장경쟁 구도 고착에 따라 투자 매력도가 그만큼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난 2011년 KMI와 함께 제4이동통신에 도전했던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가 현대그룹을 주요 주주로 내세웠지만 허가심사 막판 현대측이 투자의사를 철회하면서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흐리멍덩' 제4이통 계획, 시장 혼선 불렀다

'제4이동통신사'와 관련된 정부의 시장경쟁 정책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제4이동통신사 도입 정책은 과거 MB정부 시절 가계통신비 인하 절감 정책 차원에서 시작됐지만, IST와 경합했던 2011년을 제외하고는 KMI의 독무대였다. '재무 건전성'에 대한 뚜렷한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매년 사업권을 신청할 때마다 '제4이동통신'이 이슈화됐다. 한때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요동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투전판'이라는 오명도 받았다. 매번 기간통신심사에 소요되는 행정비용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4이동통신 관련 정책에 대한 정부의 정책방향은 한번도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다.

미래부가 신설된 이후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과거 제4이동통신 용도로 남겨뒀던 2.5㎓ 대역 주파수(40㎒폭)를 와이브로 뿐 LTE-TDD 용도로도 신청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면서 혼선만 부추겼다는 비난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특히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한 시장 경쟁 정책의 대안으로 알뜰폰(MVNO) 활성화 정책에 대대적으로 나선 상황이기도 하다. 제4이동통신이 그동안 키워왔던 알뜰폰 시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정부가 앞장서 시장 혼란을 부채질한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통신시장정책이 명확하지 않다보니 매년 혼란과 혼선만 거듭되는 양상"이라며 "알뜰폰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들의 참여를 호소할 때가 얹그제인데, 일각에서 제기된 대기업 독식논란에 곤혹을 겪고 있는 것도 정부의 분명한 정책방향이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미래부는 제4이동통신사 관련 정책방향을 올 하반기 수립할 중장기 통신시장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전기통신사업자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정부의 정책방향이 제시된 뒤 공모를 해야만 사업권 신청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