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3개의 화살'이 뭐기에?…日, 성장전략에 '박차'

"세 번째 화살이 일본 경제의 악령을 떨어뜨릴 것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달 말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글에서 일본의 구조적 개혁이 한 단계 속도를 높였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아베 총리는 자신의 '세 번째 화살'이 일본의 경제성장을 돕고 해외 투자자들을 끌어당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 2012년 말 강력한 경기부양 정책을 내세워 당선된 아베 총리는 집권 이후 경제 정책의 큰 그림을 '3개의 화살'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장기침체의 늪에 빠진 일본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3단계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것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2기 경제팀이 24일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인 이른바 '아베노믹스'에도 다시 한 번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 경제팀을 이끄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수차례 언급하며 강력한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아베가 말한 3개의 화살은 통화정책, 재정정책, 성장정책으로 요약된다. 아베는 정권 출범 이후 처음 두 개의 화살을 빠르게 쏘아 올렸다. 취임 한 달여 만에 13조1000억엔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고, 아베 총리와 박자를 맞춘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시중 통화 공급량을 두 배로 늘리는 공격적인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두 개 화살의 효과는 엔화 가치 하락과 물가 상승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엔/달러 환율은 평균 102.7엔으로 전년 동기보다 8.5% 상승(엔화가치 하락)했고, 인플레이션율은 1.25% 수준으로 올라와 정부의 내년 봄 목표치인 2%를 향해 가고 있다.

아베 정부는 지난해 6월 세 번째 화살인 '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전력·의료·기반시설 정비 등 공공사업 부문의 규제 개혁과 특구 설립 등을 통한 민간투자 활성화가 주된 내용이었다.

하지만 성장전략이 발표된 날 도쿄증시의 닛케이225지수가 4% 가까이 급락하고, 엔/달러 환율 100엔 선이 다시 무너지는 등 시장의 반응은 시원찮았다. 앞서 내놓은 정책들과의 차별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성장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해 법인세 인하를 핵심으로 한 일련의 추가 조치들을 다시 내놨다.

기업의 투자와 고용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법인세율을 도쿄도 기준 35.64%에서 수년 내에 20%대로 내리기로 했다. 일본의 법인세율은 주요 7개국(G7) 중 미국 다음으로 높다.

또 노동 인구 감소에 대비해 외국인과 여성 취업을 장려하고 연금펀드의 주식 비중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원전을 재가동하고 수도와 전기 등 공공사업 독점을 막는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전히 반신반의하고 있다. 3개의 화살 중에서도 마지막 화살은 가장 중요하지만 성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인구 급감, 민간 기업들의 위험 회피, 위험 수준에 다다른 국가부채(국내총생산 대비 240%), 유연성 없는 노동 시장 등 고질적인 문제들이 나아질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개혁 정책은 노동계과 농업계, 의료계, 재계, 그리고 이들을 등에 업은 정치인과 관료들의 반대에 직면해 있다.

첫 번째, 두 번째 화살에 대한 실망감이 올해 들어 증시 약세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아베 총리에 대한 지지율도 급속도로 떨어졌다.

다만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4월 단행한 소비세 인상에도 불구하고 여름휴가 시즌이 다가오면서 여행을 예약하는 건수가 지난해보다 늘어나는 등 고무적인 효과가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이 "수없이 많은 가짜 새벽(false dawns)을 겪은 끝에 마침내 진짜 새벽을 맞고 있는지 모른다"면서 "개혁이 불가피한 정치적 상황과 경제적 급박성, 그리고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지도자의 의지라는 삼박자가 마침내 맞아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