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신 원장 "한국경제 이대로 가면 '이무기' 전락한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한 때 아시아의 네 마리 용에서 지금 이대로 간다면 이무기로 전략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처럼 장기침체로 빠질 것이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이 진단한 한국경제의 현 주소다. 30여년간 기획재정부 국제업무정책관과 주 OECD 대표부 대사 등을 지내며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의 장점을 곁에서 지켜본 그여서 무게감이 남다르다.

권 원장은 24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에서 열리고 있는 ‘2014 전국경제인연합회 최고경영자(CEO) 하계포럼’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60~70년대 중반까지도 우리나라는 ‘아시아의 4마리 용’이라고 했는데 싱가포르와 홍콩은 하늘로 올라가 용이 됐지만 우리는 이무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실제로 싱가포르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03년 2만3320달러에서 2013년 5만4776달러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홍콩 역시 같은 기간 2만3859달러에서 3만7777달러로 늘어났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1만3451달러에서 2만4329달러로 3만달러의 벽을 깨지 못하고 있다.

용에서 이무기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이유로 △경제자유도 △노사문제 △정부 규제 3가지를 꼽았다. 권 원장은 “오랜 해외근무와 공직생활을 통해 진심으로 느낀 것은 우리나라가 잘 되려면 기업이 잘 돼야 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경제자유도와 노사문제, 정부 규제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우리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외국인 투자자들도 우리나라에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며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한국을 기업하기 어려운 국가로 보고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리티지 재단이 발표한 경제자유지수에서 한국은 66~70점대로 30위권에 머물고 있는 반면 홍콩과 싱가포르는 88~90점대로 1~2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가 발표한 정부 규제 순위는 95위로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 규모는 한국의 경우 2002년 24억달러 수준에서 2012년 99억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홍콩의 경우 68억달러 수준에서 746억달러로, 싱가포르 역시 62억달러 수준에서 567억달러로 급증했다.

최 원장은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경제가 일본처럼 장기침체로 빠질 것”이라며 “기업을 살려야 하고 그러려면 규제완화하고 외국인투자 활성화하고 노사문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사내유보금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는데 과세해도 효과가 없다”며 “해외 유명 투자은행에서도 직접 전화를 해 문의를 할 정도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상당히 민감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제2롯데월드 개장에 대해서는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권 원장은 “제2롯데월드의 고용효과가 1만7000명에 이르고 이로 인한 관광객 유치효과도 상당할 것”이라며 “싱가포르는 마리나샌즈베이 개장하면서 연간 100만명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규제완화가 어려운 이유로는 ‘반기업정서’를 꼽았다. 권 원장은 “반기업정서와 경제민주화로 기업에 대한 규제가 자꾸 늘어난다”며 “정치가 경제를 지배하면 기업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규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지금 상태에서)빠져 나오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국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원장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그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해야 하는데 결국 서비스업 밖에 없다”며 “국내 서비스산업이 발전하지 못하는 것은 집단 이기주의 때문인데 이를 국회가 대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