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기관 순매수 전환이 시사하는 점

최근 시장의 화두는 "과연 올해 증시가 상자를 뚫고 나올 수 있느냐"는 것이다. 2011년 상반기 코스피지수 2200선을 돌파한 증시는 이후 3년 간 박스권 장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단기등락은 있었으나 추세가 전환했다고 할 정도로 의미있는 움직임은 아니었다.


1m를 뛰는 벼룩을 30cm 높이의 상자에 가둬둔 후 풀어주면 이후 점프한계가 30cm에 맞춰진다는 실험결과처럼 코스피지수도 3년간 2050~2060선을 한계치로 해왔다. 그러나 올해만큼은 사정이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하나 둘 나온다.

일단 정부의 의지가 크다. 24일 발표된 하반기 경제운용 방침을 보면 정부가 제대로 된 '한 방'을 준비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물론 기업들의 상반기 실적부진과 내수침체 등 전반적인 여건이 호락호락한 건 아니나, 대세 상승장의 출발은 대부분 불황의 한 복판에서 시작됐다.

서브 프라임 사태를 겪은 미국이 그랬고, 그 여파로 휘청거렸던 한국증시도 위기의 순간에 돈 벌 기회가 있었다.


이 시기에는 정부가 강력한 경기반등 카드를 들고 나오고, 이후 내수시장과 기업들의 실적개선 흐름이 주가상승으로 연결됐다는 것도 공통점 중 하나다. 결국 상반기 기업들의 실적부진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공감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증시의 탄력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물론 7월 들어 코스피지수가 연중고점을 돌파하는 등 강세가 연출되고는 있으나, 축적된 에너지에 비해 분출은 더딘 편이다.

이는 상승을 가로막는 매물이 만만치 않기 때문인데, 주범은 펀드환매에 묶여 주식을 팔아대는 기관들이다.

7월 들어 24일까지 외국인이 코스피시장에서 순매수한 금액은 2조3602억원에 달한다. 반면 기관은 2조4058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글로벌 투자자금이 신흥국 증시로 급격하게 유입되는 국면에서 한국증시도 메리트가 부각됐지만 상대적으로 주가가 오르지 못한 배경이다.

증시가 강하게 상승하기 위해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주식을 함께 사들이는 '쌍끌이 장세'가 일정기간 나타나야 하는데, 연 고점 근방에서 스탠스가 엇갈리니 시장의 힘이 반감된 것이다.

그러나 상황반전 조짐이 보이고 있다. 25일 증시에서 가장 주목되는 현상은 이런 기관들이 드디어 순매수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이날 오전 11시30분 현재 코스피시장에서 기관은 680억원 순매수에 나선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매수(277억원)을 더하면 1000억원 가량의 자금이 된다.

물론 지금까지의 상황을 놓고 기관의 스탠스가 전환했다고 단정하기는 이른 감이 있으나, 시장의 변화는 항상 작은 부분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염두에 둬야할 대목이다. 펀드환매에 시달렸던 투신권은 이 시간 현재 291억원 순매수다.

투자자 입장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외국인과 기관의 공통매수 종목, 혹은 매도가 없는 종목군이다.

전날 증시에서 기관들이 순매수한 종목은 삼성중공업(290억원) 현대제철(170억원) 기업은행(165억원) LG전자(133억원) 이마트(104억원) SK이노베이션(82억원) 포스코(75억원) 아모레퍼시픽(71억원) 현대모비스(70억원) 한화(51억원) LG디스플레이(50억원) 우리투자증권(50억원) 고려아연(43억원) 롯데케미칼(41억원) 금호석유(40억원) GS건설(38억원) KT(34억원) 우리금융(33억원) 등이다.

반면 외국인들이 순매도한 종목은 SK하이닉스(772억원) NAVER(172억원) 이마트(152억원) 기업은행(135억원) 아모레퍼시픽(125억원) KT(66억원) 현대중공업(59억원) 호텔신라(55억원) 삼성엔지니어링(48억원) 우리금융(40억원) 현대차(37억원) 현대제철(32억원) 삼성테크윈(32억원) 현대증권(31억원) 스카이라이프(23억원) 현대하이스코(22억원) 삼성전기(20억원) 경인양행(19억원) 등이다.

외국인 순매수는 삼성전자(583억원) 포스코(252억원) SK이노베이션(194억원) 대우조선해양159억원) 신한지주(158억원) 하나금융지주(137억원) 롯데쇼핑(132억원) 한국전력(124억원) 코웨이(87억원) 삼성SDI(84억원) 기아차(84억원) CJ제일제당(77억원) 삼성물산(77억원) SK텔레콤(75억원) 현대위아(65억원) LG디스플레이(62억원) 현대미포조선(61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외국인과 기관이 동시에 산 종목들을 추리면 SK이노베이션 (106,200원 ▲1,400 +1.34%)과 POSCO (390,000원 ▲19,000 +5.12%), LG디스플레이 (10,050원 ▲230 +2.34%)가 일단 나온다.

이날 LG디스플레이와 포스코는 2% 안팎의 강세를 보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약세를 보이고 있으나 전날 6%대 급등한데 따른 차익매물이 나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