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자사고 평가지표 재검토…폐지 1년 미루겠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뉴스1=한재호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사진)이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평가를 10월 말까지 실시하고, 평가에 따른 일반고 전환 시점을 2016학년도로 미루기로 결정했다.

조 교육감은 25일 오후 1시 시교육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내용을 포함한 자사고 정책 관련 입장을 발표했다.


조 교육감은 "국민들의 다양한 우려와 관련 당사자들의 의견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다 신중하고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현 시점에서 2015학년도 전형 일정에 차질을 줄 경우 자사고를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고, 이에 대한 민원을 최소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자사고 폐지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와 같이 수직적인 서열과 불평등을 조장할 수밖에 없는 학교나 교육과정 지정 및 운영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도록 해야 한다"며 "더 나아가서는 고교체제의 큰 틀을 보다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에 따라 시교육청은 8월 말까지 자사고 평가지표를 재검토하고, 올해 평가 대상인 14개교에 대한 재평가를 실시한다. 재평가 결과는 10월 말 발표할 예정이다.


자사고 구성원들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온 '공교육영향평가'도 재검토 대상이다. 조 교육감 취임 이후 도입한 '공교육영향평가'에는 자사고 인근 학교를 대상으로 한 설문이 포함돼 있어, 자사고 폐지용 평가지표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조 교육감은 "'공교육영향평가'가 초중등교육법이 규정한 자사고의 설립 목적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로 본다"면서도 "(평가 도입 전) 자사고를 준비했던 학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시교육청 시뮬레이션 결과 '공교육영향평가'만을 적용할 경우14개교의 자사고 지정을 전부 취소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차 운영성과 평가에서는 14개교 모두 재지정 기준점을 넘어선 바 있다.

조 교육감은 "9월 중순까지 자진해서 일반고로 전환하는 자사고에 대해서는 이미 발표한 대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시교육청은 자발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는 자사고를 '서울형 중점학교'로 지정해 5년간 최대 14억원을 지원하겠다는 당근책을 내놓은 바 있다.

2016학년도 자사고 입시부터 성적 제한뿐 아니라 면접 전형까지 폐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조 교육감은 "면접을 없애고 전원 성적 제한 없이 추첨에 의한 선발로 전환하는 방안을 교육부와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2015학년도부터 '내신 50% 이내'라는 자사고 지원자격을 폐지한 바 있다.

또 교육부와 협의해 자사고 전입이 수시로 이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조 교육감은 "회계와 교육과정, 입시 등 자사고 운영에 대한 관리를 엄격히 해 위반 시에는 법령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 접촉뿐 아니라 자사고 학부모들과도 당연히 대화할 것"이라고 덧붙엿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