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자사고 폐지' 한 발 물러섰다? 사실상 '최후통첩'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뉴스1=허경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자율형사립고에 대한 평가지표를 재검토하겠다는 등 표면적으로는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으나, 사실상 자사고에 '최후통첩'을 날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 교육감은 25일 오후 자사고 평가지표를 재검토해 10월 말까지 종합평가를 실시하고, 평가에 따른 일반고 전환 시점을 2016학년도로 미루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다양한 우려와 관련 당사자들의 의견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자사고 폐지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올해 평가를 받는 14개교를 대상으로 한 '공교육영향평가' 시뮬레이션 결과 전부 지정취소가 불가피하다는 내용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부터 의도적이라는 분석이다. 시교육청은 '공교육영향평가'에 앞서 나온 1차 운영성과평가 결과를 제외하고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운영성과에서는 14개교 모두가 재지정 기준점을 넘어선 바 있다. 시뮬레이션을 돌린 공교육영향평가는 교육균등영향력과 학생배정영향력, 학교 간 교육비격차, 인근 영향 인식도 등으로 이뤄져 자사고 구성원들로부터 폐지를 위한 맞춤형 평가지표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조 교육감은 평가지표를 재검토한다면서도 "저희는 공교육영향평가가 초중등교육법이 규정한 자사고의 설립 목적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로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교육청이 운영성과평가와 공교육영향평가의 상당부분과 새로운 지표를 마련해 종합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이미 평가 결과가 나온 만큼 객관적인 종합평가가 불가능할 것이란 지적이다. 자사고에서는 공교육영향평가 자체를 폐지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2016학년 자사고 입시부터 면접 전형을 폐지해 성적제한 없이 100% 추첨 선발하도록 교육부와 협의하겠다는 것은 자사고 입장에선 선발권 박탈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다. 지난해 교육부도 같은 방안을 추진했다가 자사고 구성원들의 반발에 부딪쳐 '내신 50% 이내'라는 성적제한을 폐지하되, 면접을 실시하도록 선회한 바 있다. 당시 교육계에서는 사실상 자사고의 선발권을 유지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가 선발권에 기댄다는 국민들의 불만이 있었다"며 "박근혜정부가 지난해 실시하지 못한 것을 저희가 일반고 정상화의 견지에서 다시 추진한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사실 자사고 폐지는 교육감의 권한이 아니라 국회의 법 개정에 따라 가능한 일"이라면서 국회가 관련 논의를 시작할 것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지정취소에 따른 부담감을 고려해 아예 법을 개정해 자사고 정책 자체를 폐기하도록 요구하겠다는 의지로 비춰진다.

조 교육감은 "모든 정책에는 전환에 따른 과도기적 피해가 있고, 그 피해가 모든 주체들에게 불균등하게 배분되는 것도 사실이다"며 "시민들이 큰 틀에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쨌든 전환이 있어야 한다"며 "개별 자사고에 대한 관점보다는 전체 고교체제, 교육체제 전반에서 다시 토론하면 좋겠다"면 자사고 구성원들의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한편, 시교육청은 앞서 발표한 자발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는 자사고를 '서울형 중점학교'로 지정해 5년간 최대 14억원을 지원하겠다는 방안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신청기한을 평가결과 발표 전인 9월 중순으로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