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부검결과에 구원파 신도들 "신도 한 명의 죽음일뿐…"

25일 찾은 경기 안성에 위치한 기독교복음침례회 안성교회(금수원) 정문/ 사진=김유진 기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시신의 부검결과를 발표한 25일. 경기 안성 금수원에서는 기독교복음침례회(이하 구원파) 신도 4명이 평온한 표정으로 번갈아가며 입구를 지키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날 오전 10시 국과수가 브리핑을 통해 유병언의 부검 결과를 발표했지만 이들은 덤덤했다. 유병언의 시신으로 확인됐다고 국과수가 발표했는데 장례절차는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정문을 지키던 한 신도는 "우리는 국가의 일방적인 발표를 인정한 바가 없다"며 "어떠한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구원파가 대변인을 통해 밝힌 대로 유병언의 사망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며 더 이상 말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정문 옆에 조용히 앉아있던 다른 중년의 남자 신도는 국과수의 유병언 부검결과 발표를 인정하냐고 묻자 "우린 거기에 관심이 없다니까"라며 파리채를 휙휙 내저어 파리를 쫓았다.


금수원 정문을 오가는 대부분의 구원파 신도들은 하나같이 유병언의 죽음에 크게 애도하는 분위기는 없다고 말했다. 한 남성 신도는 "신도가 하나 죽었다고 생각하면 되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부모가 돌아가셔도 힘들겠지만 며칠 지나면 일상생활로 돌아올 수 있듯 우리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외부에서 유병언의 죽음에 대해 구원파 내부에서 큰 애도의 물결이 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을 불편해했다. 한 남성 신도는 "비록 일부는 유병언의 죽음이 조작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며 "지금은 오로지 내일부터 있을 여름 수양회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유병언의 장례가 이곳 금수원에서 치러지지 않겠냐는 질문에도 그런 얘기가 아직까지는 오간 적 없다고 말했다. 다만 조계웅 대변인은 전화통화를 통해 "유가족의 의사를 바탕으로 시신 인계나 장례절차 등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며 "오늘 밤 안에는 대략적으로라도 계획의 윤곽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25일 찾은 경기 안성에 위치한 기독교복음침례회 안성교회(금수원) 정문 앞에 세월호 유가족이라고 주장하는 두 남성이 찾아와 잠시 실랑이가 벌어졌다./ 사진=김유진 기자

오후 3시쯤에는 세월호 유가족이라고 주장하는 두 남성이 SUV 차량을 타고 금수원 입구에 와 진입을 시도하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구원파 신도들은 입구에서 '사유지이기 때문에 허락 없이 들어갈 수 없다'며 정문을 닫았고 잠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결국 신도들이 경찰에 신고했고 안성경찰서 경찰들이 출동한 뒤 SUV 차량은 금수원 정문을 떠났다.

현장을 지켜본 한 구원파 신도는 "세월호 유가족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며 "이날뿐만 아니라 그 전에도 세월호 유가족이라고 주장하며 여기 왔다가 사실 무근으로 밝혀지고 돌아간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금수원 내부에서는 26일 저녁 8시부터 일주일동안 진행되는 구원파의 여름 수양회 준비가 한창이다. 이날도 일부 신도들의 차량이 정문을 통해 오고갔으며 여름 수양회를 준비하기 위한 물건을 실은 대형 차량들이 오고갔다. 오후 4시쯤에는 고급 승용차 한대가 정문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한 구원파 신도는 "유병언 전 회장의 여동생 유경희씨와 오갑렬 전 체코대사 부부"라고 말했다.

여름 수양회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냐고 묻자 성도들은 '일반 교회 수련회와 똑같다'고 전했다. 한 신도는 "내일부터 진행되는 수양회는 계획돼 있던 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1만명 이상이 모이는 행사인만큼 지금 열심히 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누가 금수원 내부에 모여 회의를 하고 있는지, 몇 명이 모여있는지 등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