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투자자와 정부의 배당정책

최근 증권가에서는 배당확대나 자사주매입 등 주주이익환원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배당확대와 같은 주주이익환원 정책은 정체되어 있는 한국 증시의 주가를 단기간에 한 단계 레벨업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런데 이러한 주주이익환원은 비단 국내에 국한된 이슈가 아니다. 작년 아인혼과 아이칸이 애플에 배당을 요구한 사건을 비롯해서 전세계 금융시장에서 배당확대, 자사주 매입이 화두가 되고 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는 반면, 해외에서는 대부분 ‘행동주의 투자자’를 중심으로 헤지펀드들이 주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세계 금융시장에서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활동이 크게 늘어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넷의 보급에 따라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그 어느 때보다 용이해졌다. 투자에 있어서도 과거 특정 집단만 가질 수 있었던 투자정보도 이젠 인터넷을 통해 개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시장은 점점 더 정보를 효율적이고 빠르게 가격에 반영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헤지펀드를 비롯한 전문투자자들의 독점적 투자기회는 과거에 비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시스템을 활용한 HFT(고빈도거래) 등이 활발해지면서, 시세차익의 기회도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투자 기회가 점점 사라지면서, 전망을 통해 기업을 사고파는 대신 지분확보를 통해 기업이 주주이익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게 만드는 투자 방식이 각광을 받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행동주의 투자이다.

실제로 최근 3년 동안 행동주의 투자 헤지펀드들은 일반 헤지펀드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성과가 뛰어나다 보니 자연히 자금도 이쪽으로 몰리고 있으며, 자금이 모일수록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요구는 더욱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들의 요구는 단순히 배당확대나 자사주매입에 그치지 않는다. 이사회에서의 발언권을 요구한다든지, CEO교체, 사업부 분사(분할) 요구 등 다양한 전략으로 회사를 압박한다.


한국 증시도 행동주의 투자자들에게서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로 과거에 칼 아이칸과 KT&G, 소버린과 SK그룹 등의 사태처럼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국내기업에 손을 뻗친 경우가 있었다. 한국의 주요 10개 대기업의 현금보유는 최근 3년간 2배가 넘게 증가했다. 게다가 올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움직임도 특이하다. 올해 외국인의 순매수 중 삼성전자의 매수 비중은 40%에 육박한다. 삼성전자의 성장이 둔화가 확인된 상황에서 오히려 더 강하게 매수했다면, 이 자금의 성격에 대해서도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에 정부의 정책까지, 한국증시의 배당확대 가능성은 그 언제보다 큰 상황이다. 다만 배당 확대 정책이 자칫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목적실현 도구가 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는 있다. 배당이나 자사주매입도 좋지만, 기업이 현금을 투자에 쓸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더욱 필요하다. 배당이나 자사주매입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지만, 실물투자에 자금을 사용하게 되면 고용증가, 생산증가 등의 진정한 의미의 내수부양이 가능하다. 이제는 정부의 재정정책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