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고속철 국산화 사업에 '중국산' 납품한 담합업체 적발

머니투데이

김유진 기자

호남고속철도 전력선 국산화 사업에 입찰업체들이 납품한 저가 중국산 전력선/ 사진=김유진 기자

호남고속철도 전력선 국산화 사업에 입찰 담합을 하고 중국산 저가 자재를 납품한 국내 전선업체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호남고속철도 전력선 국산화 사업에 입찰 담합을 한 뒤 저가 중국산 제품을 납품한 혐의(입찰방해 등)로 일진전기 대표 김모씨(51) 등 8개 회사 2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지난해 5월 한국철도시설공단에서 발주한 350억원 상당의 호남고속철도 전력선 사업에 각자 낙찰사와 들러리업체 등으로 역할분담을 한 뒤 입찰담합을 통해 55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호남고속철도 전력선 사업은 정부가 장기적으로 국내 고속철을 수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한 사업으로 국산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전력선을 구성하는 전차선과 조가선 중 조가선의 경우 전량을 중국에서 저가 물품을 수입해 납품했다.

이들은 시설공단 직원 황모씨(43)로부터 사업이 발주되기 이전에 미리 경쟁입찰이 있을 것이라는 소식을 입수한 뒤 3차례에 걸쳐 회의를 한 끝에 담합 계획을 시행했다.

경찰조사 결과 투찰가를 담합해 낙찰을 받은 일진전기는 LS전선 등 다른 전선회사에 하도급을 줬고, LS 전선 등은 가온전선 등 다른 전선회사들에 재하도급을 주는 방식으로 이익을 나눈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과정에서 납품을 한 제품을 시험하는 국가공인시험기관인 한국기계전기전자연구원 직원 박모씨(48)가 담합에 참여한 전기회사 직원과 짜고 기준치에 부합하지 않는 제품을 통과시키려 시험성적서를 조작한 혐의도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고속철 자재를 국산화 해 앞으로 수출하기 위해 발주한 장기적인 사업인데 의도를 알고도 담합해 중국산 저가 제품을 사다가 판매한 것은 큰 잘못"이라며 "고속철 사업이 계속 진행되는 만큼 비슷한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단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