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아직 배고프다

김재홍 신영증권 자산전략팀장

KOSPI 지수가 2050포인트 문턱에 접근해 있다. 2011년 하반기부터 2050포인트는 한국 증시의 고점으로 작용했다. 따라서 향후 주식비중을 늘려야 하는지, 혹은 줄여야 하는지에 대한 투자가들의 고민이 많다. 가장 변덕스러운 자산 중 하나인 주가의 방향성을 예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먼저, 올해 상반기 한국 증시가 부진했던 주요 대외 요인은 중국 경기의 경착륙 우려와 미 연준의 자산매입 축소에 따른 선진국 증시의 투자매력 증가였다. 대내 요인은 한국의 정책모멘텀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중국 부동산 가격의 상승속도가 저하되면서 금융기관의 유동성 우려가 확대되었고, 이는 지방정부의 재정을 악화시킬 위험요인으로 인식되었다. 중국의 경우 지방정부 세입의 상당부분이 부동산 세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중국 성장둔화가 가장 인접한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높이는 것은 당연하다. 미 연준의 자산매입 축소도 미국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를 높이며 선진국 증시에 대한 투자매력을 높였다. 여기에 세월호 사태 등으로 한국경제의 내수침체가 강화되고 국정공백이 컸다는 점도 증시에 부정적인 요인이었다.

그러나 희망적인 것은 한국 증시가 개선될 수 있는 희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주가는 기대 혹은 우려가 변화되는 과정을 그린다. 이는 미래에 대한 예상에서 비롯된다. 문제는 미래를 예상할 때, 쏠림 현상(herd behavior)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가장 이상적인 순환구조로 해석되는 경제분석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빈번하게 발생한다. 가령 ‘중국 부동산 가격 하락→부동산 시장 경착륙→지방정부 재정부실→중국 경기침체→글로벌 경기침체’등의 연결고리가 대표적이다. 동 과정에서 특정 이슈에 대한 우려는 실제보다 크게 확대되거나, 선 반영되기 쉽다.

상반기가 이러한 우려를 반영했다면, 하반기는 과도한 우려와 실제 환경변화간에 키 맞추기를 하는 시기일 것이다. 실제 최근 발표되는 중국 경기지표는 경제전문가들의 예상치를 소폭 상회하고 있다. 이는 중국 공포에 떨었던 한국 증시에 안도감을 주는 요인이다.


미국의 빠른 출구전략 우려도 차츰 수위가 낮아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최근 미국 물가의 상승속도가 다소 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중요한 요인은 유럽중앙은행(ECB)가 여전히 경기부양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ECB는 최근 통화정책회의에서 가계의 기업 대출을 조건으로 한 중앙은행의 시중은행 대출정책(Target LTRO)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과도한 유로화 강세를 방지하기 위해 정책금리도 인하했다.

동 상황에서 미국의 시중금리가 올라간다면 미국 기업과 가계는 제품을 구매하거나 투자할 때 보다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를 미 연준이 크게 반길 이유는 없을 것이다. 마침 물가부담도 낮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준의 출구전략은 기존 보다 신중해질 것이고, 이는 신흥국으로부터의 자금유출 우려를 완화할 것이다.

증시 구원투수로서 한국 정부의 역할도 강화되고 있다. 실제 한국 정부는 하방 위험을 막기 위해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에 나서고 있다. 실제 최경환 부총리를 필두로 한 경제팀은 지난 7월 24일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에서 ‘41조원+α’의 확장적 거시정책을 발표했다. 또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해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의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기업의 사내 유보금에는 과세를, 배당금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을 제공해 가계의 소득증가를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내수활성화 정책은 외국인의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매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실제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침체된 소비개선에 대한 기대를, 인도의 모디노믹스는 부실한 인프라 개선에 대한 희망에서 비롯되었다. 즉 만성적인 내수부진의 개선가능성이 이들 국가에 대한 외국인 투자의 초점인 것이다. 한국 정부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은 지난 몇 년간 지속된 한국 증시의 박스권 탈출에 기여할 것이다. 증시 투자에 대한 위험보다는 기회가 높아지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