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비율 2.1%, '일반고 위기 조장' 주장 설득력 낮아"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자율형사립고가 전체 고등학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낮기 때문에 자사고가 일반고의 위기를 불러왔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수 성향의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자사고 폐지 논란, 어떻게 봐야 하나'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2013년 기준 전체 고등학교는 2322개교인데, 진보교육감들이 문제삼고 있는 자사고는 49개교로 단 2.1%를 차지하고 있다"며 "자사고가 일반고의 위기를 유발했다는 논리는 자사고를 폐지하기 위한 정치적 논리에 기반한 단순논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현재 논란이 되는 일반고의 위기는 갑자기 사회적 논란으로 부각됐다기보다는 2000년을 전후로 해서 매우 심각하게 논의돼 왔다"며 "일반고의 위기는 이미 15년 전에도 있었던 현상이었으며, 자사고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보기는 더욱 어렵다는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자사고의 우수학생 독점과 사교육 유발 주장에 대해선 "서울의 경우를 보면 내신성적 상위 50%인 학생들이 지원한 뒤 추첨으로 선발하고 있다"며 "이런 선발 방식은 엄밀한 의미에서 자사고에 학생선발권을 부여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초·중·고교 학생 10명 중 7~8명이 학원이나 과외를 비롯한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는 영향으로 일반고의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했다고 생각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양 교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재지정 평가지표 추가에 대해 "예정에도 없던 별도 추가 평가를 급조해서 진행하는 모습은 자사고 재지정 평가의 기본계획에도 맞지 않다"며 "급조한 평가지표의 적절성 여부에도 심각한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조 교육감 취임 이후 2차 평가지표로 '공교육영향평가'를 도입했으나, 자사고 구성원들의 반발을 감안해 평가지표 재검토에 들어갔다.

양 교수는 "진보교육감들이 자사고와 일반고의 대립을 조장하기 위해 자사고 존폐 논란을 무리하게 일으키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우수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자사고를 통해 일반고에서도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운영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상향평준화 방식이 전반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사고와 일반고가 서로 다양한 우수 교육활동을 교류할 수 있는 학교 간 상생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