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에서 간편으로 방향 튼 전자결제…실효성은?

전 세계 결제시장의 가장 큰 딜레마 중 하나는 보안과 편의성이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이다. 보안을 강조하다보면 편의성이 침해되고, 편의성을 강조하면 보안이 허술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 숱한 금융보안 사고를 경험하면서 보안에 방점이 찍혔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정부가 28일 전자상거래 결제 간편화 방안을 발표한 것은 다소 의외다. 금융당국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보안보다 편의성에 방점을 찍은 대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정부 발표 후 기대감과 우려가 동시에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이날 발표한 방안은 비금융사에게 금융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현행법상 비금융사인 전자지급결제대행업체(PG)들이 유효기간과 CVC번호 등 카드 정보를 저장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더욱이 금융당국의 지금까지 정책적 방향은 금융사조차도 최소한의 금융정보만 보관·저장하라고 유도했다.

금융당국 스스로 이 원칙을 거둔 것으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결제의 편의성을 추구하겠다는 정책적 의지까지 반영됐다. 물론 대통령의 '천송이 코트' 발언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관련대책은 다소 급조된 측면도 있다. 지금까지 정부의 정책방향과 다를 뿐더러 예상 가능한 부작용 등을 감안한 입법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금융당국의 정책방향이 다소 모순됐다. 금융당국은 지금까지 결제시장의 보안성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주로 발표해왔다. IC단말기 교체가 대표적이다. 금융당국은 보안에 취약한 마그네틱(MS) 카드 단말기를 집적회로(IC) 방식으로 전면 교체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올해 초 발생한 카드 정보유출 등 개인정보보호 강화 방안의 일환이다. 구형 단말기에 카드 정보가 남아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번에 비금융사인 PG사에 카드 정보를 저장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물론 단서는 달았다. 기술력, 보안성, 재무적 능력을 충분히 갖췄을 경우에만 허용해주겠다는 것이다. 이 조건을 만족하는 PG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 또 신용정보를 보유한 PG사에 대해서는 검사·감독을 엄격히 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를 받아들일 PG사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책임소재도 불분명하다. PG사에서 앞으로 보유할 카드정보가 유출되면 현행법상 모든 책임은 카드사가 져야 한다. PG사가 카드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근거도 '신용카드 가맹점 표준약관'에 불과하다. 표준약관은 말 그대로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의 사적계약서다. PG사 역시 가맹점이라는 점에서 책임소재를 '사적'으로 해결하라는 것이다. 카드사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힘든 구조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정부의 이번 방안은 결제시장 환경의 개선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하지만 세부적인 규정이나 입법 등이 없는 상황에서 당위성만 언급한 부분은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