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치즈케이크' 백화점서 3일만에 사라진 사연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지난 23일 본점 식품관 리뉴얼 오픈 입점…25일 영업 중단
-신세계백화점 "협력업체 믿었던 우리도 속았다…제품에는 이상없어"

신세계백화점 본점 식품관 '베니에로' 매장이 있던 현장. 28일 현재는 '더 메나쥬리'가 임시 입점해 영업중이다. /사진=민동훈 기자

요즘 백화점들마다 국내외 유명 맛집 영입에 한창이다. 특히 밥값보다 비싸다는 디저트류의 입점 경쟁은 더 없이 치열하다. 백화점의 잘 나가는 맛집은 고객 유입 효과가 뛰어난데다 자체 매출도 쏠쏠해 백화점들이 잔뜩 공을 들이고 있다.

유치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보니 웃지 못할 황당한 일도 있다. 지난 23일 신세계백화점 본점 식품관에 입점했다가 단 3일만에 문을 닫은 치즈 케이크 전문점 '베니에로'가 그런 경우다. 베니에로는 신세계백화점이 리뉴얼해 개장한 식품관 '스위트&기프트존'의 간판 매장으로 주목받았다.

베니에로를 신세계에 입점시킨 장본인은 일본식 붕어빵 프랜차이즈로 유명한 '아자부'의 대표 J씨. 베니에로는 이탈리아 명물인 리코타 치즈로 만들어 깊은 맛으로 정평이 나 있는 230년 역사의 치즈 케이크. 이 치즈 케이크의 장인 후손이 100년전 뉴욕으로 건너가 뉴요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뉴욕 3대 치즈 케이크'로 명성을 날렸다.

이런 베니에로를 신세계백화점이 마다할리 없다. 곧바로 본점 식품관의 노른자위에 베니에로 매장을 만들었고, 베니에로 입점을 알리는 보도자료까지 뿌리며 홍보에도 앞장섰다. 하지만 아자부의 베니에로는 뉴욕 베니에로와는 다른 브랜드였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협력업체인 아자부만 믿고 검증하지 않은 채 입점을 결정한 것은 성급했다"며 "나중에야 뉴욕 베니에로와 다르다는 사실을 파악해 입점을 취소시켰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해외 맛집은 상품기획자(MD)가 일일이 현지로 날아가 유치해오기 힘들기 때문에 제조법을 전수받은 국내업체와 간접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며 "베니에로도 그런 케이스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베니에로의 철수에 소비자들도 당황하는 모습이다. 신세계백화점 식품관에서 만난 김모(33)씨는 "미국 유학 시절 즐겨 먹던 베니에로가 신세계에 입점했다고 해서 일부러 찾았는데 문을 닫아서 어리둥절하다"고 말했다.

베니에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탈리아로부터 전통방식 케이크 레시피 등을 전수받았고 관련 증거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에는 '보니 베니에로'라는 브랜드로 국내 상표 출원까지 마쳤고 했다.

베니에로 관계자는 "뉴욕 3대 치즈케이크라고 주장한 적이 없는데 짝퉁 논란이 일어 속상하다"며 "기존 프랜차이즈 사업과 백화점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철수했지만 레시피 전수, 상표 출원 등에는 문제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