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원으로 몰려드는 퇴직 '국피아'…재취업 '0순위'

머니투데이

세종=김지산 기자

서울리조트 과대 감정평가 사건에 이어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한남동) '한남더힐' 감정평가 타당성조사를 둘러싼 잇단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음에도 국토교통부가 서둘러 사건을 마무리하려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이번 '한남더힐' 감정평가 타당성조사를 진행한 한국감정원의 경우 국토부 출신들의 낙하산 인사가 극심한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의 중심에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감정원의 전체 임원(비등기 포함) 11명 가운데 국토부 출신 전직 공무원들은 서종대 원장(사진)을 비롯해 36.4%(4명)에 달한다. 감정원이 국토부 공무원들의 재취업 무대로 활용돼온 것이다.

국토부는 평소 '혼탁한 감정평가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감정원을 심판으로 육성한다'는 주장과 함께 감정원과 업계의 차별화를 주장해 왔다. 하지만 임원 구성을 통해 드러난 실상은 '밥그릇 챙기기'에 지나지 않았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2000년 이후 국토부와 감정원의 관계는 매우 끈끈하다. 이근식 전 국회의원을 비롯해 이수일 전 국정원 2차장, 강석천 전 국무조정실 수질개선기획단 부단장 등을 제외하곤 2002년 말부터 국토부 출신들이 원장 자리를 장악해왔다.

장동규 전 건설교통부 기획관리실장과 황해성 전 공공기관지방이전추진단 부단장, 권진봉 전 국토해양부 건설수자원정책실장에 이어 서 원장까지 4대째 원장직을 맡고 있다.

특히 서종대 원장의 경우 현직 공기업 사장(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신분임에도 다른 기관장 모집에 응모, 논란이 상당했다. 특히 감정원장 선임 과정에서 서류심사 결과가 번복되는 등 잡음이 일었었다. 이 때문에 국토부가 '자기식구 챙기기를 했다'는 비난도 이어졌다.

감정원장의 경우 연봉도 다른 기관장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감정원장 연봉은 공공기관장 평균(1억6300만원)에 비해 무려 58.1% 많은 2억5770만원에 달했다. 임원 평균 연봉도 1억6717만원으로, 공공기관 임원 대다수의 연봉이 1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신봉기 경북대 법률전문대학원장 "공무원 퇴직후 재취업 장소로 감정원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는 건 매우 서글픈 현실"이라며 "이명박정부 당시 민영화 대상이었다가 오히려 조직 기능 강화로 선회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