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토해내기' 윤곽…결국은 정치 제스처?

정부가 도입하기로 한 ‘기업소득 환류세제’의 윤곽이 드러났다.
2016년 첫 과세가 시작되고 최대 추가 세부담은 3%포인트다. 법인세율 인하폭(25%→22%)을 넘지 않겠다는 의미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법인세율을 낮춰주면 투자, 임금 등의 선순환 구조가 생길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세제를 통해 흐름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기업소득 환류’라기보다 ‘법인세 인하분’을 토해내는 모양새다. 법인세율 인상이라는 정공법 대신 복잡한 세제를 통해 왜곡을 낳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한시적 제도인 만큼 정치적 제스처 수준에 머물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기업소득 환류? 법인세 토해내기 = 기업 돈이 가계로 흐르게 하는 게 기업소득환류세제의 목적이다. 여기서 ‘기업 돈’은 순익의 일부(20~30%)다. 정부가 투자하라고 깎아 준 법인세로 남긴 돈이다. 이 돈을 계속 갖고 있으면 여기에 세금을 물린다. 기업 입장에선 순익의 일부를 세금으로 낼 지, 투자나 배당을 할지 선택해야 한다.

정부는 이 돈이 투자, 배당으로 갈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가시적 성과를 낼 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많다. 세제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회사별, 업종별 특수성과 다양성 때문이다. 당장 제조업과 서비스업간 투자의 규모와 개념이 다르다. 개별 회사별로 투자 시기, 규모도 차이가 난다. 정부가 이를 고려해 다양한 옵션을 만든다고 하지만 그 자체가 복잡한 세제를 뜻한다.

이 때문에 복잡한 세제의 도입 대신 법인세율을 인상하고 비과세·감면 등의 인센티브로 투자와 배당을 유도하는 게 낫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경제학과)는 “대기업의 경우 법인세율 인하 효과를 상당히 보고 있다”며 “정부가 정공법을 쓰는 게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업 소득을 가계 소득으로 이전시키기 위해 복잡한 방식을 택하기보다 정부가 직접 세금을 걷어 가계로 보내자는 얘기다.

◇법인세 인상 ‘노이로제’= 하지만 정부는 법인세율 인상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최 부총리는 “검토하지 않는다” “계획없다”고 단언했다. 세계적으로 법인세율 인하 추세라는 게 주된 이유다. 이면에는 정치 논쟁도 깔려 있다. 이전 정부가 추진해 온 감세 정책을 뒤집는 것은 야당의 주장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실제 야당은 줄곧 ‘부자 감세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세율 인상과 가산세 도입간 실제적 차이를 지적하기도 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법인세율 인상 후 인세티브를 줄 경우 대부분 세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이에반해 기업소득환류세제는 사실상 추가 세부담이 없다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투자, 배당 등을 통한 가계소득 증대보다 대기업과 협력사와 관계에 주목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강병구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공정 관행, 협력사와 문제 등으로 대기업의 이윤이 제대로 흘러가지 못한 것”이라며 “이를 고려한 종합적 정책 패키지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적 제스처가 노림수? = 기업소득환류세제에 대한 최 부총리의 의지는 강하다. 시행 시기 등과 관련해서도 그렇다. 정부는 2016년 첫 과세를 확언했다. 적립 제도를 하더라도 2017년부터는 과세가 가능하도록 일정을 짰다. 한시적 제도이기 때문에 결국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한 반론이다.

하지만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가시적 성과가 확인되지 않는 한 ‘한시 세제’를 연장하기 쉽지 않다. 또 매번 소모적 논란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둘러싼 논란이 최 부총리의 진정한 노림수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 세수 등에 영향을 주지 않더라도 정부가 기업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로서 충분한 의미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우철 시립대 교수는 “법인세를 내려주고 경제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노력을 해왔는데 이제는 기업이 대답할 차례라는 시그널(신호)을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