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쿠전자 차남, IPO로 1500억 돈방석

구자신 쿠쿠전자 회장의 둘째아들인 구본진씨가 쿠쿠전자 상장 과정에서 지분을 팔아 1529억원을 손에 쥔다. 구 회장은 장남인 구본학 대표에게 밥솥 가업을 물려주고 둘째아들에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자본금을 마련해준 것으로 보인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쿠쿠전자는 지난 28일 공모주 가격을 희망가 밴드(8만원~10만4000원)의 최상단인 10만4000원으로 결정했다. 우리투자증권을 대표주관, 한국투자증권을 공동주관사로 삼아 29~30일 양일간 일반공모 청약을 진행하고 있다.

쿠쿠전자는 신주를 발행하지 않고 기존 주주들이 보유지분을 내다파는 100% 구주매출 방식을 택했다. 이 경우 회사로 들어오는 신규자금은 없고 각 구주매출 주체들에게 돈이 돌아간다. 그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 구본진씨다.

쿠쿠전자 창립자인 구자신 회장의 둘째아들인 구본진씨는 보유지분 287만7980주(29.36%) 중 약 절반에 해당하는 147만여주를 내놓았다. 구주매출 후 지분은 140만7476주(14.36%)로 줄어든다. 형인 구본학 대표(324만5380주, 33.10%)와는 크게 차이가 벌어진다.

구 회장과 공동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는 구본학 대표와 달리 구본진씨는 현재 쿠쿠전자 내에서 특정한 직책을 맡고 있지 않다. 구 회장은 오래 전부터 쿠쿠전자를 장남에게 물려주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구본진씨가 이번에 취득한 자금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창업자에서 아들로 이어지는 승계 과정은 10여년 전부터 시작됐다. 구본학 대표와 구본진씨는 전기밥솥의 유통 및 판매를 담당하는 쿠쿠홈시스 지분을 각 53%, 47%씩 소유하고 있었다. 전기밥솥을 생산하는 쿠쿠전자의 지분은 갖고 있지 않았다.

'쿠쿠' 브랜드가 인기를 얻으면서 쿠쿠홈시스의 실적이 성장했다. 쿠쿠홈시스는 지난 2001년부터 쿠쿠전자 지분율을 여러 차례에 걸쳐 사들였다. 2012년 12월 쿠쿠전자와 쿠쿠홈시스가 합병했고 통합법인에 대한 두 아들의 지분율은 33.10%, 29.36%가 됐다. 구 회장의 지분율은 24.84%에서 9.32%로 낮아졌다.

쿠쿠전자의 기업공개(IPO) 역시 둘째아들의 지분을 현금화하고 구본학 대표의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한 중요한 승계 과정 중의 하나였던 것으로 보인다. 구본진 씨는 구주매출 후에도 14.36%의 지분을 갖고 있어 장내에서 언제든지 주식을 내다팔 수 있다.

1978년 성광전자로 시작해 밥솥에만 전념한 쿠쿠전자는 국내 밥솥업계 점유율 70%를 차지하는 독보적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65.9% 늘어난 5088억원, 영업이익은 106.0% 증가한 692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