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유보 과세하면 배당·투자 증가? 실증연구는 '글쎄'

/표=임종철 디자이너

"과다 사내유보에 대해 추가 과세를 하면 기업은 배당과 투자를 늘릴 것이다."

정부는 기업의 과다 사내유보에 대한 벌칙성의 과세 제도('기업소득환류세제')의 도입을 발표하면서 이 제도로 말미암아 기업이 배당이나 투자를 늘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론상으로 기업이 과다 사내유보로 법인세를 추가로 부담하느니 차라리 배당이나 투자를 선택할 것이라는 데는 논리적으로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이 제도의 효과에 대한 실증 연구 결과는 어땠을까? 놀랍게도, 과다 사내유보에 대한 과세와 배당이나 투자와의 관계에 대한 실증적 연구 결과는 그 실효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먼저 국회예산처가 서울대 김상헌 교수에게 의뢰해 작성한 『법인의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방안 연구(2011)』에서는 사내유보 과세가 기업의 사내유보금, 배당, 및 투자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의 폐지가 사내유보금 증가로 이어졌으므로,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가 사내유보금을 감소시킨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명백한 논리의 오류이다.

이는 마치 "담배를 끊으면 살이 찌므로, 담배를 피우면 살이 빠진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별반 다름이 없다.

게다가 회귀분석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얻는데 실패했다.(이 보고서는 10% 수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학계에서 통상적으로 허용하는 유의수준은 5% 이하이다)

그리고 사내유보에 대한 과세가 배당에 미치는 영향은 실증분석도 하지 않았다. 대신 기존 연구 사례를 들어 배당이 증가한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이 보고서가 인용한 기존의 두 연구를 자세히 살펴보면, 사내유보 과세가 배당을 증가시킨다는 확실한 실증 결과를 찾을 수 없다. 우선 미국의 경우 라오와 화이트 교수의 연구(Rao and White, 1994)는 단지 유보소득율이 높으면 배당성향이 높다는 관계만 보여줬을 뿐, 사내유보 과세와 배당성향의 직접적인 관계는 보여주지 않았다.

국내의 유병룡의 연구(2006)는 배당성향이 사내유보 과세 폐지 전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했음을 보여주고 있지만, 조사 대상이 된 기업수(비상장·등록외 법인 43개)가 적어 이를 일반화하는데 무리가 있다.

마지막으로 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는 더욱 부정적이다.

김상헌의 연구는 사내유보 과세 제도가 기업의 투자를 증가시키는 데 아무런 효과가 없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나아가 사내유보에 대한 과세가 오히려 장기적으로 기업의 투자를 감소시킬 가능성이 크고 심지어 부동산 구입과 같은 바람직하지 않은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사내유보 과세 제도를 도입하는 데는 조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역사적으로도 사내유보 과세는 국내외 모두 주주의 개인소득세 회피를 방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지, 배당이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사용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기업의 배당이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과다 사내유보금에 징벌적 과세를 부과한다면 그 실효성에 큰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또한 사내유보에 대한 과세 제도가 존재했음에도 지난 10여 년간 미국과 일본 기업의 사내 유보금은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과소배당과 과소투자(underinvestment) 문제가 해소되지 못했다는 점도 이 제도의 실효성에 찬물을 끼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