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 22조 새만금개발…새만금청 권한확대 추진

새만금 방조제 사업 과정. /그래픽=새만금개발청

답보상태에 빠진 '단군 이래 최대 간척사업', 새만금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 정부가 새만금개발청(이하 새만금청)의 의사결정권에 힘을 실어주는 방안이 추진된다. 다수의 중앙 정부부처와 지자체에 흩어져 있는 인·허가 등의 권한을 새만금청에 모아 기업 유치 등 사업 전반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다.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는 "새만금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기획재정부와 국토부, 산업통상자원부, 농림부 등 정부부처들과 전북도 등 지자체간 협의할 일이 과도하게 많다"며 "어지간한 일은 새만금청장이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31일 밝혔다.


국토부는 새만금사업에서 정부 내 이해가 엇갈리고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사례를 모으고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새만금청장이 직권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이해충돌이 벌어질 수 있는 현안이 무엇인지 등이 모두 분석 대상이다.

국토부는 우선 새만금청장이 건축허가권을 쥐고 개발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간척농지와 산업용지, 주거용지 등의 범위를 정하고 필요하면 용도변경도 허가하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검토 대상이다.

국토부는 행복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 사례를 적극 참조하고 있다. 행복청은 행정구역상 세종시 내 일부지만 건축허가와 부지별 용도 계획 등을 독자적으로 결정한다.


사례와 분석이 일정 정도 진행되면 부처 및 지자체들과 새만금청에 의사결정권을 일임할 수 있도록 설득 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이후에는 새만금사업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및 시행령을 개정할 방침이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국토부가 새만금청 권한 강화를 구상하고 나선 건 이해관계자들과 의견조율이 순조롭지 않고 의사결정이 지체되면서 사업이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한 예로 새만금청이 방조제 노출부지를 활용해 생태탐방로 등 '관광명소화 사업'을 진행하려 하지만 농림부와 협의가 여의치 않아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방조제 건설에 1조8000억원을 쏟아 부은 농어촌공사가 방조제 활용의 키를 쥐고 있다 보니 벌어지는 일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1989년 새만금사업 기본계획 발표 이후 21년에 걸쳐 33.9km 길이의 방조제가 완공했지만 이후 사업은 제자리"라며 "4만100ha(401㎢) 규모의 땅에 산단과 농지 등을 고르게 조성하려 해도 새만금청이 힘이 없다보니 성과물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최근 확정된 새만금 기본계획 변경안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서라도 새만금청이 의사결정권을 쥐고 일을 주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변경안은 용지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국제협력용지(52㎢) 내 주거용지를 2.7~3.6㎢, 산업용지를 11.5~15.2㎢ 범위로 잡아놓았다. 여기에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결정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관건은 부처들의 이해와 수용이다. 국토부는 관련 부처 및 지자체들과 협의에 관련법과 시행령 개정에 주력한다는 방침이지만 권한 이양에 따른 이해상충 등으로 협의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