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 1조원 육박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의 전체 설정액 규모가 1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공모주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어 인기가 급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시장 규모가 커지면 공모주를 우선 배정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져 투자할 수 있는 공모주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공모주의 보호예수 여부와 단일 펀드의 설정액이 수익률을 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분리과세 하이일드 인기몰이...설정액 1조원 육박=31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공·사모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의 전체 설정액은 총 9708억원(100개)으로 집계됐다. 공모가 1877억원(2개), 사모가 7831억원(98개)으로 사모가 압도적으로 많다. 투자자문사의 일임 상품까지 합하면 설정액은 이미 1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지난 4월 첫 출시된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는 자산의 60% 이상을 채권에 투자하되 30% 이상을 비우량채권이나 코넥스시장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시 최소 10%에 해당하는 물량에 대해 우선 배정권도 있어 공모주 투자도 가능하다.

우선 배정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펀드들은 벌써부터 수익률을 차별화하고 있다. 유경PSG운용의 '드림하이일드사모'는 지난 4월 설정 후 3개월여만에 수익률이 2.76%를 나타내 가장 높다. KTB자산운용의 'KTB공모주하이일드분리과세사모T- 1', 'KTB공모주하이일드분리과세사모T- 2'도 지난 4월 설정 이후 2%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하이일드펀드는 지난 4월말 첫 출시된 후 1~3개월 가량의 수익률은 1% 미만이다. 공·사모 펀드 100개 중 설정 후 수익률이 1%를 넘긴 것은 15개에 불과하다. 최근 설정된 신규 펀드가 많은 탓도 있지만 '대어'를 기다리며 투자 시기를 조율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하이일드 펀드에 공모주 우선 배정권이 부여된 이후 현재까지 주식시장에 상장된 5개 종목(코넥스, SPAC 제외)은 시가총액이 300억~1300억원의 중소형주다.

김완순 유경PSG운용 주식운용부 대리는 "코스닥기업을 꺼리는 펀드들도 있지만 '드림하이일드사모'는 처음부터 공모주를 적극적으로 담아 수익률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하반기 대어 IPO 앞두고 경쟁 심화...보호예수·설정액 규모가 '열쇠'=하이일드 펀드의 관심은 코스피시장 상장을 앞두고 청약을 마감한 쿠쿠전자에 집중된다. 대다수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가 지난 23~24일에 진행된 쿠쿠전자 기관투자자 청약에 참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상장주관사들이 우선 배정 물량, 펀드별 공모주 분배 기준 등을 명시하지 않아 자산운용사들은 우선 배정권의 경쟁률조차 알음알음 수소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쿠쿠전자의 상장 주관을 맡은 조광재 우리투자증권 ECM본부장은 "우선 배정 물량은 최소 기준이 총 공모주식의 10%일 뿐 그 이상이어도 된다"면서도 "여타 기관투자자와 형평성을 위해 10% 수준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정확한 물량이나 우선 배정 주식의 경쟁률은 공개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조 본부장은 "공모주 청약시 보호예수 설정과 펀드 설정액에 분배 가중치를 뒀다"며 "많은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가 청약에 참여했지만 하이일드 펀드가 일반 기관투자자보다 경쟁률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보호예수를 설정하면 가산점을 주는 것이 관례지만 펀드 설정액을 기준으로 한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다"며 "전체 우선 배정 물량도 알 수 없어 실제 경쟁률을 짐작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설정액이 크다고 해서 무조건 유리한 것도 아니다. 공모 규모가 작은 중소형주의 상장이 잦다보니 펀드 설정액이 너무 크면 2억~3억원 규모의 공모주를 받았을 때 전체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해질 수 있다.

한편,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김상수 KTB자산운용 리테일마케팅 팀장은 "올 하반기에는 삼성SDS, 제일모직(옛 에버랜드)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상장할 예정인데 개인투자자는 직접 투자로 공모주 물량을 배정받는데 한계가 있다"며 "하이일드 펀드, 공모주 펀드 등을 통한 간접투자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