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투자자 멘붕, 숏커버링 급등세 오나

"롱숏펀드는 기본적으로 펀더멘털로 접근해 매수와 매도 전략을 구사하는데 최근 이와 무관하게 대형주들이 오르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당황하는 운용사가 적지 않다. 수급 앞에 장사가 없다고 하는데 지금 그런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의 말이다. 코스피지수가 29일 3년만에 최고치로 마감하자 그동안 지수 하락에 베팅하거나 업황이 안 좋은 종목들을 공매도했던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졌다. 지난해 지수 하락을 부추겼던 일부 외국계 사모펀드나 롱숏전략을 구사하는 국내 헤지펀드가 대표적이다.


한 투자자문사 관계자는 "중국 관련 소비주나 화장품주처럼 올 상반기에 수익률이 좋았던 종목들을 매수하고 지지부진했던 조선이나 철강, 건설주 등을 팔았다면 타격은 두 배"라며 "증시의 빠른 상승 속도에 대응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2070선에 근접한 점에 주목한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지수 하락을 주도한 공매도 물량의 평균 매도단가를 살펴보면 2070선에서 약 5%의 손실이 날 것으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하반기 연고점을 경신하며 상승 랠리를 펼치다 10월 말 고점을 치고 올해 4월까지 꾸준히 내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올해 4월까지 외국인 매도 물량은 2조6021억원에 달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기간 매도세를 주도한 국가는 룩셈부르크와 영국으로 집계됐으며 각각 1조8400억원, 4조3650억원 어치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준 SK증권 연구원은 "영국과 룩셈부르크 자금의 특징은 헤지펀드나 사모펀드 비중이 높아 투기적 성향이 짙다는 것"이라며 "이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매도는 공매도의 성격이 강했던 것으로 풀이되고 매도 평균단가는 코스피지수 1965~1968 부근"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도평균단가를 감안하면 이들은 2070선에서 약 5%의 손실을 입게돼 숏커버링을 본격적으로 염두에 두기 시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숏커버링이란 주가 하락을 예측하고 주식을 빌려 매도했다가 예상과 달리 주가가 상승하면 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식을 매수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공매도한 후 재매수하지 않은 주식 수량을 의미하는 대차잔고는 연초 대비 가파르게 늘어나 지난 4월9일 47조2456억원으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상반기 대차잔고가 이처럼 가파르게 늘어난 것도 공매도 활성화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전일 기준 대차잔고는 46조2218억원으로 아직까지 큰 변화는 없는 상태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코스피지수가 박스권 상단이라고 할 수 있는 2050~2100선을 돌파할 수 있을지 투자자들이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며 "코스피지수가 2100선을 넘는다면 숏커버링이 본격적으로 일어나 대차잔고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숏커버링이 본격화하면 주가 상승폭이 가팔라져 단숨에 2200를 시도할 수 있다.


한 증권사 프라임 브로커 서비스 관계자는 "헤지펀드들이 최근 대차거래에 대한 문의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며 "예상치 못했던 강세장에 대응책을 마련해가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