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생존학생 "선원들 1600년형도 부족해" 증언

머니투데이

김정주 기자

지난 28일 오후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생존한 단원고 학생들이 경기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사고 당시 상황을 증언한 뒤 귀가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2014.07.28 /뉴스1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대형사고 책임자에 대해 최고 100년 형까지 처벌하는 특례법이 국회에 상정된 가운데 "선원들에게 1600년 징역형도 부족한 것 같다"는 생존 학생의 증언이 나와 눈길을 끈다.

사고 직후 여러 학생들의 탈출을 도운 단원고 학생 A군은 법정에서 "1600년형을 받는다는 뉴스를 봤는데 좀 부족한 것 같아서 아쉬웠다"며 "가감없이 필요한만큼 형벌을 주시면 좋겠다"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29일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임정엽)의 심리로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A군은 긴박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사고 당시 3층 레크리에이션 문 앞 복도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던 A군은 배가 기울며 선실에 있던 물건이 쏟아지고 승객들이 떨어지며 기절하는 등 아수라장이 되자 위험을 감지했다. 창문을 통해 컨테이너가 떨어지는 장면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A군은 맨발로 벽을 기어 올라 방 안으로 들어간 뒤 구명조끼를 꺼내 학생들에게 건넸다. 물이 점점 불어나자 복도로 나온 A군은 커튼으로 엮은 로프를 학생들의 허리에 묶어 헬기로 올려보냈다. 마지막으로 로프를 타고 올라온 그는 혹시 모를 생존 학생들을 위해 '레크레이션룸 쪽으로 가라'고 소리를 질렀다. 탈출 과정에서 선원들의 도움은 전혀 없었다.

A군은 "초기에 대피하라는 방송만 했어도 전부 나올 수 있었다"며 "(사고 당시 기억을)평생 못 잊을 것 같다"고 말을 잊지 못했다.

이어 "저희 학생들을 사고 이전처럼 평범하게 대해달라는 말을 항상 하곤하는데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는 분들이 많다"며 "그걸 평생 끌고 가야할 것 같아 굉장히 두렵고 밉다"고 털어놨다.

A군은 "선원들이 합당한 형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어른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었던 것 같다"고 울먹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