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여성 근로자에게는 일반 근로자와 다른 과로 판단 기준을 적용해야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 이상덕 판사는 외교부 7급 공무원 성모씨(여·29)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공무상요양 불승인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2011년 8월 콜롬비아 대사관에서 근무를 시작한 성씨는 이듬해 6월 이명박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을 준비하다 격무로 쓰러졌다.
스페인어에 능통한 유일한 직원이었던 성씨는 각종 접견행사와 대통령 숙소 준비 등 대부분의 업무를 처리해야했다. 특히 순방 한 달을 앞두고는 야근과 휴일근무가 계속됐다. 당시 임신 13주 째였던 성씨는 격무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대통령 방문 이틀 전 뇌출혈로 쓰러졌다.
이에 성씨는 공무원연금공단에 요양 승인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일반적 기준에서 볼때 성씨의 근무 강도가 만성 격무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주당 초과근무시간이 20~30시간인 점을 고려하면 지나친 근무량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성씨가 임신한 상태이므로 현행법상 여성근로자 처우에 관한 조항이 적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여성발전기본법상 국가는 임신한 여성을 특별히 보호할 의무가 있고 근로기준법에도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의 주당 근로시간은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돼 있다"며 "성씨의 업무량이 전보다 증가한 것은 법률에 위배되므로 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 2014.07.3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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