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존재감' 포르쉐 중의 포르쉐

918 스파이더

935

917(1970)

911 카레라 RS 2.7

962(1982)

◇ MOTOR SPORT 5
포르쉐는 속도에 미치는 모터스포츠의 DNA를 품고 있다. 모터스포츠의 전당을 만든다면 반드시 올라야 할 포르쉐는 무엇일까?


MY RANKING
1. 956, 962 / 2. 917 / 3. 모든 911 GT / 4. 935 / 5. 맥라렌 F1용 TAG-포르쉐 엔진

최근 10여 년간 르망 24시에서 아우디가 연승을 거두어왔음에도 ‘르망의 왕자’로 포르쉐를 꼽는 데는 이견이 없다. 1970년부터 포르쉐의 이름으로 우승컵을 차지한 것이 무려 16회. 특히 그룹 C 규정이 생긴 1980년대 이래 르망은 포르쉐의 독무대였다. 1982년에는 956이 위용을 자랑했고, 규정 변경에 맞춰 세부적으로 손본 업데이트 버전 962는 포르쉐 워크스 팀은 물론 수많은 프라이비트 팀에 판매되어 르망을 비롯한 내구 레이스에서 막강한 전투력을 선보였다. 1986년 르망 24시 결과를 보면 데릭 벨/한스 슈턱/알 홀버트의 포르쉐 1번 차를 필두로 톱 10 중 일곱 대가 956과 962의 파생 모델이고 8위의 포드를 제외한 나머지 두 대도 포르쉐의 레이싱 카였다. 그야말로 상위권 90%를 포르쉐가 차지했다.

또 하나의 사례를 보자. 르망은 인기가 하락하자 그룹 C 규정을 폐지하고 1994년 양산 고성능차를 바탕으로 개량한 GT 클래스를 신설했다. 독일의 다우어 레이싱은 서킷에서 구형이 된 레이싱 카 962를 도로용으로 개량해 1993년 시판하기 시작했는데, 포르쉐 일가가 만든 르망 포르쉐 팀이 양산차로 등록된 다우어 962를 가지고 이 클래스에 도전, 1994년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956/962 시리즈는 르망 우승 명단에 7회나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강력한 성능과 내구성을 겸비해 르망의 왕자라는 포르쉐의 명성을 만들어낸 956/962는 내구레이스 역사상 가장 뛰어난 걸작 레이싱 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917은 포르쉐의 연이은 르망 우승의 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 전에도 여러 번 클래스 우승을 차지했지만 1969년 917을 선보이고 나서야 포르쉐는 비로소 르망 종합 우승을 다툴 수 있는 전력을 갖추게 됐다. 당시 포르쉐는 신뢰성이나 핸들링은 뛰어났지만 라이벌인 포드에 비해 엔진이 작았기 때문에 가속력과 스피드의 격차를 줄이기 어려웠다. 최저 생산 대수 규정이 50대에서 25대로 완화된 그룹 4 규정에 주목한 포르쉐는 수평 대향 12기통 4.5리터 엔진을 얹은 917을 개발했는데, 당시 이 프로젝트를 이끈 주요 인물 중에는 창업자 포르쉐 박사의 외손자이자 현재까지 아우디 폭스바겐 그룹의 막후 실력자로 군림하고있는 페르디난트 피에히가 있었다.
3위로는 GT 클래스를 위한 모든 911 레이싱카를 꼽았다. 사실 911 GT카 대부분은 개인 참가자(프라이비터)를 위한 모델로, 같은 차로 달리는 원 메이크 레이스에 쓰이는 일이 많다.또한 다양한 클래스가 모이는 내구 레이스라고 해도 양산차 베이스의 레이싱 카로는 종합 우승을 노릴 수 없다. 하지만 포르쉐가 워크스 활동을 하지 않는 시기에도 수많은 911이 서킷을 누비며 포르쉐의 이미지를 만들어왔기 때문에 911은 포르쉐 모터스포츠 활동의 잔뿌 리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이수진( 국장)




MY RANKING
1. 356 / 2. 935/ 78(1978) / 3. 956, 952 / 4. 오리지널 911(1963) / 5. 919 하이브리드
제2차 세계대전 직후 군수 물자 차원에서 발전한 독일과 미국의 자동차 산업은 죄다 최초의 역사를 갖고 있다. 게다가 드디어 전쟁의 상흔이 가실 때쯤 귀족이 레이싱 게임에 미친듯 몰두하자 전설적인 엔지니어들은 속도를 높이기 위한 차들을 내놨다. 예컨대 지금도 ‘실버 애로’를 운운하는 벤츠의 역사는 1934년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열린 아이펠레넨(Eifelrennen) 그랑프리에서 시작됐다. 메르세데스 W25의 칠을 벗겨 차체 무게를 줄이고 은빛 속살을 드러낸 채 달렸더니 우승을 거머쥐었다는 식이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애스턴 마틴, 르노와 푸조, 페라리, 지금은 모터스포츠 경기와는 멀어진 벤틀리도 모터스포츠의 전당에 오를 만한 이유가 있다. 포르쉐는 이미 100년 전 하이브리드 카를 개발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No.1’이라 불리던 미드십 구조의 로드스터, 356 모델이 인스브룩 레이스에서 우승하면서부터 모터스포츠의 역사와 함께해왔다. 한편 오리지널 911을 꼽은 것은 포르쉐의 아이콘이라서만은 아니다. 모터스포츠에서 시작한 열정과 연구가 보통 사람들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김미한(피쳐 디렉터)






MY RANKING
1. 917(L/K) / 2. 919 하이브리드 3. 550 스파이더 / 4. 911 GT1 98 / 5. 911 GT3 R 하이브리드
1960~70년대 르망 레이스는 포르쉐에게 특별한 무대였다. 그곳에 포르쉐의 열정과 기술력이 돋보인 917 레이싱 카가 있었다. 크게 롱 보디(L)와 쇼트 보디(K)로 나뉜 레이싱 카는 유선형으로 디자인된 낮고 넓은 차체, 화려한 모양새로 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917은 더욱 특별했다. 포르쉐 최초로 4.5리터 수평 대향 12기통 공랭식 엔진(580마력)을 얹고 알루미늄 튜브 스페이스 프레임 차체와 티타늄, 마그네슘과 같이 시대를 앞선 복합 신소재를 사용했다. 포르쉐가 르망에서 역사를 만든 지 40년이 지났다. 그리고 지금 포르쉐가 르망 24시에 복귀한다. “Mission 2014 Our Return, Coming Home.” 올해 르망 24시를 향한 포르쉐의 비장한 각오를 보여주는 말이다. 자신들의 모터스포츠 역사라 할 르망을 다시 탈환하기 위해 포르쉐 모터스포츠 팀은 비장의 무기를 내세웠다. 바로 919 하이브리드다. 이무기로 설욕전을 준비 중인 토요타 TS040 등 쟁쟁한 경쟁자들과 맞선다. 사실 919 하이브리드와 같은 고성능 하이브리드 레이싱 카 시스템은 하루아침에 얻어낸 결과가 아니다. 포르쉐는 이 분야에 막대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 ‘움직이는 실험실’로 불리는 911 GT3 R 하이브리드 레이싱 카나 918 콘셉트카 등 모터스포츠를 통해 미래의 스포츠카 기술을 꾸준히 실험해온 것이다. 김태영( 기자)

마칸 터보

911 카레라 S

911 GT3

카이맨

◇ FIRST DRIVE 5

포르쉐의 미덕은 속도에 미친 자동차로 편안한 일상을 살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초보가 몰아도 프로페셔널한, 매너 좋은 포르쉐 5.


MY RANKING
1. 카이맨 / 2. 911 / 3. 911 GT3 / 4. 박스터 / 5. SUV와 세단을 제외한 모든 포르쉐
사실 이 주제로 톱 5를 뽑는 일은 무척 어려웠다. 현행 라인업으로는 SUV와 세단을 제외한다면 대체적으로 이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엔진 위치(미드십, 리어)와 구동 방식(2WD, 4WD)에 따른 약간의 취향 차이뿐. 굳이 카이맨을 첫 번째로 꼽은 이유는 비교적 싼값에 강력한 핸들링 성능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카이맨은 복스터 2세대(987)를 바탕으로 2006년 등장했는데, 복스터의 쿠페형으로 시작되었지만 단순히 지붕을 덮은 것 이상의 의미 있는 성능을 보여준다. 911은 시작부터 리어엔진 리어 드라이브 방식이었기 때문에 이미 전통이 되어버린 레이아웃을 쉽사리 포기하기 힘들었다. 실제 911 대체 모델로 기획된 928이 고급 GT로 방향을 전환했고, 미드십 911 계획 역시 무산되었다. 사륜구동이나 각종 전자 장비를 얹어 진화하는 와중에도 911은 수평 대향 6기통과 리어엔진이라는 기본만큼은 철저하게 지켜왔다. 대신 포르쉐는 베이식 모델인 복스터를 선보이면서 미드십 레이아웃을 시도했다. 덕분에 911처럼 뒷좌석(사실 사람이 앉을 만한 공간은 아니고 짐을 놓거나 개를 태우는 용도에 더 어울리지만)이 없는 대신 날렵한 핸들링 성능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콤팩트한 차체에다 수평 대형 6기통 엔진을 미드십에 배치한 박스터나 카이맨은 작고 재빠른 포르쉐의 초창기 이미지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사실 이미지가 딱 잡혀 있는 911에 비해 박스터나 카이맨의 디자인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하지만 포르쉐 디자이너들은 박스터 3세대, 카이맨 2세대에 이르도록 아직 마음에 쏙 드는 디자인을 내놓지 못했다. 포르쉐는 이 차들을 911의 동생으로 묶어두고 싶은 모양이다. 성능 면에서도 이런 증거는 쉽게 발견되는데, 특히 카이맨은 핸들링 성능에서 911을 능가한다고 평가되지만 엔진 출력을 억제해 종합 성능 면에서 911을 넘어서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포르쉐 = 911’이라는 공식이 여전히 존재하는 한 카이맨은 영원히 그 그늘을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포르쉐가 성공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것도 대부분 911의 공이니 말이다. 초창기 911은 리어엔진 특유의 오버스티어링 등 단점도 분명했지만 기술적 발전을 통해 지금은 그 대부분을 말끔하게 해결한 상태. 현재 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가장 강력하면서도 안락하고 신뢰성 높은 스포츠카다.

최신 시리즈 991은 고전적인 911 디자인 요소를 더욱 강조하면서도 기본형 카레라에서조차(수평 대향 6기통 3.4리터 직분사) 350마력의 출력을 자랑한다. 수동 기반 자동변속기인 PDK와 에너지 회생 장치, 지능형 열관리 기술, 토크 벡터링,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 등 성능과 효율을 높이는 다양한 신기술도 도입했다. 모터스포츠 노하우를 투입한 911 GT3는 도로형 911의 가장 궁극적인 형태다. 911 터보가 강력한 파워를 살리기 위해 사륜구동으로 진화한 것과 달리 GT3는 리어엔진 리어 드라이브와 자연 흡기 엔진을 고집하며 모터스포츠 기술을 투입해 스포츠성을 철저하게 추구한다. 최신형은 3.8리터 475마력 엔진으로 제로백3.5초, 최고 시속 315km/h, 뒷바퀴 조향(4WS)과 자동변속기 PDK, 토크 벡터링 PTV 등 다양한 신기술도 추가되었다. 이수진( 국장)




MY RANKING
1. 카이엔 터보 S / 2. 박스터 / 3. 파나메라 / 4. 카이맨 / 5. 911
적어도 몇 대의 포르쉐를 몰아본 경험으로 볼 때 왼쪽에 있는 키 구멍을 제외하면 포르쉐는 친절한 차다. 그러니까 소싯적 ‘아하 프리’ 카세트로 음악을 들을 때처럼 별다른 설명 없이 착석 후 바로 출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요즘 기어 봉과 방향 지시등 레버의 위치가 남달라서 처음 타본 사람은 잠시 멈칫하게 만드는 벤츠보다는 쉽다. 흔히 좋은 차일수록 정지가 쉽고 간결하며 정확한데, 그런 의미에서 카이엔 터보 S는 최고 점수를 받을 만하다. 시속 240km 로 달리다가도 두 발로 풀 브레이킹을 하면 몇 초 안에 정지선을 지킬 수 있다. 획획 도는 코너에서도 차체 안의 사람들은 그리 쏠리지 않는다. 비싼 차나 좋은 차가 승차감이 좋고 잘 달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지만, 만약의 상황에서도 잘 정지해주는 이 차에 신뢰감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조약돌처럼 동글동글 빛나는 은빛 좌석 버튼은 또 어찌나 예쁜지. 동급으로 비교되는 BMW X6는 거대한 암석 덩어리처럼 부담스러웠는데 이 모델은 달랐다. 한껏 엉덩이를 내리고 차 아래 파묻힌 채 펑펑 터지는 폭발음을 감당해야 하는 박스터보다는 카이엔 터보 S가 좋았다. 실력이 배가할수록 내지를 수 있는 차라는 점도 좋았고. 어쨌든 내겐 1위다. 김미한(피쳐 디렉터)




MY RANKING
1 911 카레라 S(991) / 2. 카이맨 GTS(981) / 3. 마칸 터보 / 4. 911 터보 S(997) / 5. 파나메라 V6 디젤
포르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핵심 모델인 911부터 알아야 한다. 911은 1963년 1세대, 코드네임 901로 시작한 이후 최신형인 991까지 50년간 7세대에 걸쳐 진화했다. 물론 그동안 태어난 모든 911이 비슷한 것은 아니다. 터보, 4, GTS, 컨버터블, 타르가 등 가지치기 모델을 따지면 911 시리즈는 수백 개에 달한다. 하지만 강산이 여러 번 바뀐 시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 수평 대향 6기통 엔진이나 뒤 엔진 후륜구동 레이아웃, 2+2 실내 구조 등이 대표적이다. 차의 엉덩이에 엔진을 얹은 것은 운동 성능 측면에서 대단히 불리하다. 그러나 포르쉐 엔지니어들은 911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을 꾸준히 개발했다. 신형 911은 지난 50년간 포르쉐가 수행한 도전과 노하우를 담고 있다. 신형은 알루미늄 스틸 합금으로 차체를 이전보다 약 80kg 가볍게 만들고 공력 성능을 대폭 개선했다. 완전히 새로운 서스펜션과 결합한 최신 주행 보조 장치(다이내믹 섀시 컨트롤, 토크 벡터링)도 투입했다. 한마디로 이전보다 더 빠르고 다루기 쉬우면서, 동시에 편하고 안락한 주행 성능을 갖게 됐다. 그럼에도 911보다 정교한 핸들링과 순수한 운전 감각을 원한다라 포르쉐 카이맨 GTS가 있다. 카이맨 GTS의 엔진(340마력, 38.7kg·m)은 운전자의 바로 뒤, 다시 말해
차의 정중앙에 얹힌다. 차의 앞이나 뒤로 극단적인 무게가 실리지 않기 때문에 원하는 대로 회전력을 끌어낼 수 있다. 상급 모델인 911에 사용된 ‘반칙 기술’도 적용했다. 코너에서 차를 더욱 안정적으로 이끌어주는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과 다이내믹 엔진 마운트가 그것이다.
하지만 당신에게 자녀가 있다면 911과 카이맨은 비현실적이다. 그래서 마칸이 태어났다. 마칸은 카이엔의 덩치를 줄인 모델이 아니라 덩치 큰 911에 가깝다. 동급에서 비교할 차가 없을 정도로 날쌔고 경쾌한 움직임이 핵심. 형태는 껑충한 소형 SUV지만 여전히 포르쉐의 ‘손맛’이 살아 있다. 효율을 따지는 사람을 위한 디젤이 있다는 점도 큰 위로가 된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