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증시대표 '전통차株' 강세배경은

30일 전자, 통신, 자동차 등 이른바 '전통차' 주식이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 (235,000원 ▲4,000 +1.73%)와 기아차 (110,400원 ▼1,800 -1.60%), 현대모비스 (234,500원 ▼500 -0.21%) 등은 최근 2~3일간 10% 가까이 올랐고, 2분기 어닝쇼크를 보인 삼성전자는 이달 중순 이후 연일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대형주 가운데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SK텔레콤마저 이날 오전 8% 급등하면서 통신주 강세를 이끌고 있다.

최근 증시가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이들의 움직임은 특히 주목해야 한다. 단순히 시장 영향력이 큰 시가총액 상위종목이라는 이유는 아니다. 배당이 가능한 대표적인 기업들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주가형성의 기본은 기업들의 실적과 이를 뒷받침할 펀더멘털의 개선이다. 그러나 올 하반기 들어서는 이보다 중요한 요인이 생겼다. 바로 배당정책의 변화가 이끌 패러다임 시프트다.


한국 증시는 그간 상대적으로 '박한 배당'으로 디스카운트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중심으로 하는 정부의 2기 경제팀이 기업들의 배당을 확대하는 '빅 카드'를 꺼내들며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 기업들의 배당여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며 정책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는 이들도 있으나, 국내외 경제여건을 종합하면 이 처럼 파급이 큰 게 없다.

한국증시는 그간 신흥국 증시 가운데 외국인들이 투자하기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자금유출입이 쉬운데다 삼성전자처럼 글로벌 1위를 기록하는 우량기업이 우글우글했다.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한국시장에 너도 나도 뛰어들고, 칼 아이칸 같은 기업사냥꾼마저 눈독을 들인 이유다.

한국 기업들의 배당률이 낮다는 점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기업가치 대비 주가가 워낙 쌌기 때문에 주식을 매매하는 것만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여기에 선물옵션 같은 파생상품 거래도 활발하고 원/달러 환율변동까지 엄청난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이후 상황은 예전 같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 500을 넘나들던 코스피지수가 2005년 1000을 넘어 2007년 2000 고지에 도달하는 등 주가가 급등한 것이다. 2011년 2200대를 직은 코스피는 이후 2000선에서 3년간 등락을 거듭했다.

주식이 오르지도, 빠지지도 않으니 투자수익을 거두기 애매해진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자 배당에 대한 욕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

10억원의 돈으로 맨 땅을 사놓은 경우, 그리고 이를 오피스텔에 투자한 사례를 비교해보자. 지가상승이 이뤄지면 기쁨을 느끼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오피스텔에서 매월 들어오는 1000만원 월세의 매력이 더 클 수 있다.

글로벌 시장의 가장 큰 고민은 넘쳐나는 유동자금을 해결할 곳이 없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상장기업들이 배당까지 늘린다는 것은 그야말로 희소식이다.

주식의 '평가가치'에 더해 배당이라는 '이자소득'까지 받을 수 있으니 외국인이나 기관 입장에선 이런 '꽃놀이패'가 따로 없다.

삼성전자나 현대차그룹은 정부정책에 화답할 책임을 느끼는 재계의 대표주자고, SK텔레콤은 재무적인 측면에선 즉각적인 배당확대가 가능한 대표기업으로 꼽힌다.

시장이 보는 것은 이들의 실적개선 가능성이 아니다. 배당이 가능한 기업들의 포트폴리오다. 최근 한국전력, 포스코, 기업은행 등의 주가강세 배경을 실적개선보다 배당확대 가능성에 맞춘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지금은 주가를 생각하지 않고 자금을 밀어 넣는 국면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