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사태 악화' 韓 건설기업 인력철수등 비상체재 가동

리비아 내전 사태가 악화되면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건설업체들이 전면 철수를 준비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발주처와의 공사협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내전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높아 공기지연 등에 따른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30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현재 리비아에서는 국내 건설업체 30여 개사가 49개 사업장에서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들 사업장의 총 공사금액은 계약액 기준 109억 달러 정도.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수도 트리플리에 위치한 복합화력발전소 공사 등 총 30억 달러 규모의 6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사업장 전체 인력은 내국인 242명, 외국인 2408명 등 총 2650여명에 달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국내에서 리비아 현지 상황을 수시로 체크하면서 대응하고 있다"며 "현지 인력의 안전 관리는 물론 인근 국가로 철수시키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외교부 등과도 긴말하게 연락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우건설도 지난 2010년 리비아 국영전력청(GECOL)이 발주한 4600억원 규모의 즈위티나(Zwitina) 복합화력발전소 건설공사 등 3개의 발전소 공사와 수도 트리폴리에 위치한 호텔복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내국인 107명, 외국인 800명 등 총 900여명이 각 공사현장에 투입돼 있는 상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지난 주 트리폴리 호텔 복구공사현장에 근무하던 국내외 직원 27명을 2시간반 정도 떨어진 미스라타 발전소 현장으로 이동시켰다"며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세부적인 철수계획도 마련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건설업체들은 이처럼 인력철수 계획을 세우고 사태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내전으로 발주처와의 연락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공사현장 사후관리와 공사지연에 따른 책임소재 협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책임소재 문제 등으로 발주처와의 협의 없이 무단으로 철수하기는 어렵다"며 "2011년 카다피 정권 붕괴 때에도 국내 업체들은 공사지연과 공사비 미지급 등으로 수백억원대의 손실을 입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