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 통상임금 갈등… "고정성 때문에"

현대차 이경후 노조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울산공장 본관 잔디광장에서 열린 2014 임금투쟁 승리와 노동운동 탄압 척결의지를 다지는 출정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통상임금 확대를 둘러싼 현대자동차 노사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노동조합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안을 이번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 반드시 쟁취하겠다는 입장이고, 회사는 현재 진행 중인 '통상임금 소송'의 결과를 보자는 상황이다.

이미 완성차 업계에서 쌍용자동차와 한국GM 노사는 통상임금 확대안에 합의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 (252,500원 ▲3,000 +1.20%)가 한국의 노사관계에서 차지하는 무게감은 앞의 두 회사와 차원이 다르다"며 "현대차의 임단협 결과가 산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사 노조 대표자들은 30일 현대차 울산공장 노조사무실에서 ‘통상임금 정상화 쟁취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차그룹을 총괄하는 정몽구 회장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적용하도록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회견에는 이경훈 현대차 노조위원장, 김종석 기아차 노조위원장 등 20여개 현대차그룹 계열사 노조 대표자가 참석했다.


노조 대표단은 "지난해 대법원 판결을 통해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그런데도 현대차그룹은 올해 노사협상에서 상여금의 통상임금 적용 불가를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노사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행태를 중단하고 정 회장은 상여금이 통상임금임을 즉시 인정해야 한다"며 "진정성 없는 교섭으로 파국을 원한다면 총력으로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노사가 통상임금에 관해 대립하는 부분은 상여금의 '고정성' 여부다. 고정성이란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액이 사전에 미리 확정돼 있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임금의 명칭이나 지급 주기와는 상관없이 고정성, 일률성, 정기성이 있다면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판시했다.

현대차의 상여금 지급 시행세칙에 따르면 상여금은 기준기간(2개월) 내 15일 이상 일한 사람에게만 지급된다. 동시에 퇴직자에게는 근무일수에 따라 일할지급하게 돼 있는데, 이를 두고 노사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회사는 '기준기간 내 15일 미만 근무자에 대해서는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지급 제외자 규정을 근거로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고용노동부도 일정 근무일수를 채워야만 지급되는 임금은 고정성이 없다고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을 통해 밝히고 있다.

반면 노조는 '퇴직자에 대한 일할지급' 규정을 근거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근무일수에 따라 일할계산돼 지급되는 임금은 고정성이 인정된다.

노사의 고정성에 대한 해석이 다른 만큼 회사는 현재 진행 중인 통상임금 소송의 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 회사와 노조는 법원의 판결에 따르기로 합의했다"며 "법원의 결과를 존중해 합리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사 모두 추석 전에 교섭을 끝내기 위해서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며 "통상임금 확대는 임금 인상의 문제도 있지만 생산직과 사무직 간의 형평성 문제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OT(초과근무) 수당이 제대로 인정되지 않는 사무직 및 연구직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