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은 주식투자 안해? 분기 수익률 0%대 행진

*자료는 각 퇴직연금 사업자가 공시한 분기별/ 연간 수익률을 적립금 비중에따라 가중평균한 것임

저금리 기조속에 퇴직연금 적립금의 운용 수익률이 DB(확정급여형)의 경우 6분기 연속 0%대에 머무르고 있다. 이같은 저수익 상황이 지속된다면 올해 퇴직연금 연간 수익률이 2008년 금융위기보다 못했던 지난해 기록을 다시 경신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기업들의 퇴직급여 부채충당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근로자의 노후 연금수급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머니투데이가 31일 국내 47개 퇴직연금 사업자가 공시한 지난 2분기 DB형과 DC(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적립금 비율에 따라 종합한 결과 각각 0.81%와 0.83%로 1%를 밑돌았다. DB와 DC형 모두 지난 1분기보다 수익률이 각각 0.07%p, 0.14%p 올랐지만 여전히 저조한 수익률이다.

이같은 저수익 기조가 지속되면 연간 수익율이 3% 초반에 머물게 된다. 현재 2.5% 수준인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지난 2009년 5.99%(DB형기준)이던 퇴직연금 수익률은 이후 2011년 4%대로 떨어진데 이어 지난해에는 3.4%까지 추락했는데 이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큰 것이다.
특히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의 70.5%를 차지하는 DB형의 경우 0%대 분기수익률이 지난해 1분기이후 6분기 연속 이어지고 있다. 업권별로는 증권이 2분기 평균 0.92%로 가장 높았고 은행이 0.67%로 가장 저조했다. 적립액이 12조 2344억원으로 최대인 삼성생명은 0.81%, 8조 4168억원으로 2위인 신한은행은 0.76%에 머물렀다.


근로자가 직접 사업자와 계약하는 DC형 역시 3분기 연속 0%대에 머물렀다. 금융투자상품 등 실적배당형 비중이 DB형보다는 소폭 높긴 하지만 그나마 박스권 장세에 발목이 잡혀 펀드수익률이 저조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수익률 저하로 기업들의 추가 부담이 커지고 근로자들의 연금 수급권도 위협받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한다. DB형은 회사가 퇴직연금 운용의 책임을 지며 운용수익률이 임금인상률보다 낮으면 회사가 퇴직부채를 추가로 충당해야한다. DB형 퇴직연금에 가입했다 금리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약속한 퇴직급여를 채우지 못해 파산하거나 엄청난 적자를 냈던 미국 GM이나 크라이슬러, 델타항공 등의 사태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근로자 입장에서도 현재 퇴직연금의 소득대체율이 13%(2012년 기준)에 불과한 만큼 수익률 제고없이 안정적 노후보장이라는 퇴직연금 제도의 근본 취지가 달성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이 수익률이 바닥을 기는 것은 은행예적금 등 단기 안전자산에 지나치게 몰려있기 때문이라며 금리영향에서 벗어나기위해 실적배당형 상품을 확대하도록 유도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1분기 기준 전체 퇴직연금 적립액중 예금과 금리형보험, 국공채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가입된 비중은 92.6%로 절대적이다. 반면 주식과 채권펀드 등 실적배당형상품 비중은 5.9%에 머물렀다.

한 퇴직연금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원금손실을 피하기위해 원리금 상품위주로 보수적으로 운용해서는 저금리 시대에 수익률 저하를 피할 수 없고 특히 인플레이션을 따라가지 못하게 돼 실질수익이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퇴직연금은 내 노후를 위한 자금이라는 점에서 실적배당상품에 장기투자해 수익률을 높일수 있도록 기업과 근로자 모두 인식전환과 정책적 유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