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엄마-양회정, 자수 전 금수원에서 '말 맞추기' 했나

'김 엄마'로 불리며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는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도 김명숙씨(59·여). / 사진=뉴스1

하루 간격을 두고 자수한 양회정씨(56)와 일명 '김 엄마' 김명숙씨(59·여)가 자수 직전 '말 맞추기'를 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0일 세월호 선사 실소유주 비리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헌상 2차장검사)에 따르면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 10시부터 2차 소환조사를 받고 있는 양씨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사망)의 도피를 도운 것과 관련해 먼저 조사를 받은 김씨와 공통된 진술을 하고 있다.


양씨와 김씨는 유 전회장의 핵심측근으로 꼽힌다. 그동안 검찰은 양씨가 유 전회장의 마지막 행적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왔다.

핵심 도피 조력자였던 양씨 등이 전격 자수하면서 일각에서는 유 전회장의 변사체와 관련해 의문점이 풀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두 사람이 '유 전회장의과 연락이 끊긴지 오래'라고 공통되게 진술하며 사망 원인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

양씨는 지난 5월25일 새벽 전남 순천 '야망 연수원'을 빠져나와 경기 안성 금수원으로 향해 김 엄마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고 진술했다. 김 엄마와의 진술도 일치한다. 이날은 검찰이 유 전회장의 은신처인 '숲속의 추억' 별장을 압수수색하고도 여비서 신모씨(33·구속기소)만 체포한 채 돌아선 시점이다.


두 사람은 유 전회장을 도우러 가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똑같은 취지의 진술을 했다. 금수원에서 만났을 때 '유 전회장을 돕기에 시간적으로 늦었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이후 김씨는 금수원을 빠져나가 몸을 숨겼고 두 사람은 서로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수사팀 관계자는 "양씨와 김씨는 본인의 행적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일부 날짜를 1~2일 정도 헷갈리는 등 부정확하게 진술하긴 했지만, 서로 연락을 주고받았는지 여부와 만나서 나눈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서로 일관되게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유 전회장의 도피 자금이 들어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1, 2, 3번 가방에 대해서도 공통적으로 '모른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체포된 여비서 신씨의 진술에 따르면 유 전회장은 검찰 압수수색 당시 '숲속의 추억' 내부 비밀장소에 숨어 있었고, 검찰이 뒤늦게 비밀장소를 수색한 결과 각각 4, 5번 띠지가 붙은 가방 2개 안에서 현금 8억3000만원과 미화 16만달러가 발견됐다.

이에 검찰은 유 전회장 또는 대균씨의 도피 자금이 담긴 1, 2, 3번 가방이 있을 것으로 보고, 양씨와 김씨가 이를 운반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특히 김씨는 유 전회장이 은신처로 사용할 단독주택을 매입하려다 계약이 결렬되는 과정에서 자금을 운반한 바 있다.

당초 검찰은 이들이 자수하면 선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말 맞추기로 거짓 진술을 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나면 상황은 달라진다.

검찰 관계자는 "양씨에 대한 구속 여부는 조사를 더 진행한 뒤 결정하겠다"며 구속수사 가능성도 열어 놨다.

실제 지난 28일 자수한 김씨는 오후 늦게 조사를 마친 후 금수원으로 향했고, 양씨는 금수원에 머물다 그 다음날 오전 자수했다. 두 사람이 만나 대책을 논의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지난 5월25일 금수원에서 만났을 때 이미 검찰 조사에 대비해 작전을 마련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양씨의 체포 시한인 다음달 1일 오전 8시30분 이전까지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