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왜 이리 숨가쁘게 뛰어 오르나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한은정 기자
김성은 기자

코스피지수 상승세가 무척 가파르다. 코스피 지수는 6월말 2002.21에서 이달 30일 현재 2082.61을 기록했다. 상승률만 놓고 보면 4% 안팎에 불과하지만 투자자들의 느끼는 체감온도는 다르다. 박스피(코스피 박스권 장세)라는 말처럼 오랜 기간 증시가 별다른 변동성을 보이지 않아왔기 때문이다.

증권가는 지수가 2100선을 조만간 돌파한 후 늦어도 연내, 빠르면 3분기 안에 2200선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본격적인 '강세장'에 진입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역대 코스피지수 고점은 2011년5월2일 기록한 2228.96이다.

◇아시아 펀드, 한국증시 통째로 사는 중=시장이 이처럼 빠르게 상승하는 이유는 일단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전망에 기인한다. 무엇보다 배당정책의 변화를 통해 한국증시의 성격이 변모하는 '패러다임 시프트'가 이뤄질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 증시는 신흥국 증시 가운데 외국인들이 투자하기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자금유출입이 쉬운데다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처럼 글로벌 1위를 기록하는 우량기업도 다수였다. 과거에는 배당률이 낮아도 큰 문제가 아니었다. 기업가치 대비 주가가 워낙 쌌기 때문에 주식만 사도 투자수익을 충분히 낼 수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500을 넘나들던 코스피지수가 2005년 1000을 넘어선데 이어 2007년 2000 고지에 도달하는 등 가격부담이 생기며 상황이 변했다. 2011년부터 올해까지는 1800~2200선의 박스권이 유지됐다.

주식이 오르지도, 빠지지도 않는 상황은 급격한 변동성보다 불편하다. 외국인 입장에선 우량한 한국주식을 사놨으나, 주식을 팔지 않는 한 이익을 거둘 방법이 없어진 셈이다.

경제팀이 이번에 내놓은 배당확대 정책을 기업들이 받아들여 '고배당 한국'이 될 경우 외국인들의 투자자금은 더 들어올 여지가 크다. 배당확대 정책이 거론되기 시작한 6월 중순 이후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 금액은 4조1762억원에 달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즈음인 이달 15일부터 30일까지 12거래일 연속 외국인 순매수가 이뤄졌다는 점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외국인들은 이날 증시에서도 6000억원 이상 주식을 사들였다. 임종성 CIMB증권 상무는 "최근 아시아 펀드의 자금이 들어오고 있는데 한국 주식시장을 통째로 사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매도 투자, 강세장에 놀라 '숏커버링'=시장 강세는 기본적으로 배당을 중심으로 한 증시체질 변화를 근간으로 하지만, 수급적인 요인도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가가 내려야 돈을 버는 공매도 투자자들이 본격적인 강세장 진입에 놀라 부랴부랴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 국내 증시 상승랠리를 이끌고 있는 외국인 자금은 대부분 이머징 펀드자금이지만, 일부는 숏커버링 매수세도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숏커버링이란 주가 하락을 예측하고 주식을 빌려 매도했다가 예상과 달리 주가가 상승하면 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식을 재매수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집계한 대차종합잔고지수는 이달 들어 지난 9일 282.73까지 올라갔지만 코스피가 2000선을 재차 넘어선 15일에 280선을 이탈했고 전날에는 275.48까지 내려왔다.

대차잔고는 금액상으로는 이달초 45조1949억원에서 전날 46조4104억원으로 늘었다. 이는 주가 상승에 따른 평가액 증가로 전문가들은 실제로는 대차물량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차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달 말 63.93%였지만 29일 기준으로는 63.07%로 내려갔다.

이달 들어 대차상환이 많았던 업종은 금융, 전기전자, 운송장비, 건설업 등이다. 이는 최근 외국인의 매수세가 집중적으로 들어온 업종이다. 특히 금융업종의 대차잔고지수는 이달초 476.28에서 현재 465.10으로 급격히 하락했다. 은행과 보험, 증권을 포함한 금융업종이 최근 일제히 강세를 보인 시기와 일치한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의 주가상승도 같은 측면에서 보는 시각이 있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 매수 중 숏커버링 물량도 상당한 것으로 본다"며 "특히 공매도가 많았던 종목들 중에서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들은 앞으로 더 급격하게 주가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