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관피아 아니다? '육사 출신 TK', 금감원 감사로

박근혜 대통령의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 의지에도 감사원이 피감기관인 금융감독원 상근감사 자리를 또 차지했다. 특히 금융당국의 KB금융 제재 과정에 '개입' 논란을 빚은 직후다. 감사원의 '슈퍼 갑' 행태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30일 예정에 없던 제13차 정례회의를 열었다. 신제윤 위원장은 여름휴가로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지만 27일 새로 임명된 김학균 금융위 상임위원과 기존 위원들의 상견례를 겸해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선 김일태 감사원 공직감찰본부장을 금감원 감사로 제청하는 안건이 의결됐다. 금감원 감사에 감사원 출신이 오는 것은 전임 박수원 전 감사에 이어 두 번째다.


감사원 간부가 금감원 감사로 내려온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금융권 안팎에서는 '또 낙하산'이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감사원의 감사를 받는 피감기관에 감사원 퇴임 간부가 재취업하는 건 관피아 배제라는 정부의 인사방침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다른 부처 공무원들은 감히 시도하기조차 힘든 것"이라고 평했다.

실제 금감원 감사 자리와 마찬가지로 장기간 공석이었던 손보협회장의 경우 '모피아'(옛 재무부와 마피아의 영문 합성어) 등 관료 출신을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2011년4월 이후 3년 이상 피감기관 감사행이 막혀 있는 금감원과도 극명히 비교된다. '감사원은 누가 감사하나'라는 말이 나도는 이유다.

낙하산 이미지/사진=머니투데이 자료사진

게다가 전문성을 갖춘 낙하산도 아니다. 김 본부장은 경북 김천고를 나온 TK(대구경북) 출신으로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감사원에서 일했던 부서도 자치행정감사국, 사회문화감사국 등으로 금융 분야와는 거리가 멀었다.

시점도 공교롭다. 감사원은 지난 28일 금융당국에 대한 감사결과를 통해 금감원이 KB금융을 제재하는데 근거로 삼은 신용정보법 위반 혐의에 대한 판단을 완전히 뒤집었다.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을 부정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중앙부처의 고유권한인 유권해석을 감사원이 정면으로 엎은 경우는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금융권에서는 얼마 전 대통령이 강하게 질타한 금융기관 보신주의도 감사원과 무관치 않다고 지적한다. '정책감사'라는 명분으로 사후에 어쩔 수 없이 발생한 부작용도 문제 삼아 문책을 요구하면서 금융당국이 소신을 갖고 일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한 전직 관료는 "정책은 특정 상황에서 여러 여건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판단'하는 문제인데 공과가 다 생길 수밖에 없다"며 "감사원이 나중에 결과를 놓고 '그때 왜 이런 점까지 생각 못했느냐'는 식으로 추궁하니 어느 누가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겠느냐"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동양 사태와 정보유출 사태에 대한 감사원 문책도 열심히 일한 사람만 억울하게 당했다는 평가가 금융권에 파다하다"며 "감사원을 개혁하지 않으면 금융당국이 바뀔 수 없고 결국 전체 금융권이 경직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와관련 감사원 측은 "감사원 문책은 기본적으로 '부작위', (해야 하지만) 하지 않은 일에 대해 이뤄지기 때문에 보신주의를 조장한다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고, 중앙부처의 유권해석이 맞는지 따지지 않으면 중앙부처 감사는 할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감사원 간부의 재취업 문제에 대한 판단과 별개로 감사원의 고유 업무에 대한 금융권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감원 감사는 대통령이 임명한다. 제청절차가 완료된 만큼 통상 5~7일 내에 임명 여부가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