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늦어지네"...조선업계 휴가 후 임단협 진통 예고

현대중공업 울산 공장 전경

조선 3사가 8월 2일부터 일제히 9~16일간 조선소 조업을 중단하고 여름휴가에 들어가는 가운데, 대우조선해양 (32,600원 ▼1,850 -5.37%)을 제외하면 여름휴가 전에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하게 됐다.

3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이 이날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안을 내놓은 가운데 현대중공업 (127,500원 ▼1,900 -1.47%)과 삼성중공업 (9,480원 ▼160 -1.66%)은 아직 노사가 협상 중이다. 여름휴가 전에 조선3사가 일제히 임단협을 마무리지었던 예년과는 다른 풍경이다. 이유는 통상임금 확대안을 둘러싼 갈등 때문.

이날 대우조선해양 노사는 △기본급 1만3000원 인상 △성과배분상여금 300% △회사 주식매입 지원금 200% △교섭타결 격려금 280만원 및 무사고·무재해 작업장 달성 격려금 100만원 △사내근로복지기금 40억원 출연 △성과급·격려금 등 협력사 근로자 처우 개선 등에 합의했다.

대우조선해양은 8월 1일 오전 조합원 총회를 열어 잠정안에 대한 투표를 마무리짓는다. 노조 관계자는 "합의안이 수정 없이 전체 통과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투표가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이 회사는 지난 1991년 이후 24년 연속 무분규 임금협상 타결 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그러나 올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와 관련해서는 노사가 추후 협의를 거치기로 했다.


노조는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 및 복리후생비를 포함해줄 것을 요구해왔으며 이와 관련 사측과 소송을 진행 중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노조가 제기한 소송결과와 다른 조선업체의 합의 사항에 준거해 노조가 재교섭을 요구할 경우 7일 이내에 교섭한다는데 노사가 합의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일주일에 3차례씩 사측과 노조가 만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19년 연속 무파업을 기록한 현대중공업 노조도 임금 및 성과급 인상을 비롯해 통상임금 확대안을 제시했다.

올해는 노조 측 분위기가 강경해 무파업 기록이 깨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측은 회사가 2분기에 영업손실 1조1037억원이라는 사상 최악의 실적을 낸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를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17일 50개의 임금 및 단체협약 요구안을 회사 측에 전달했다. 노조 요구안은 △임금 13만2013원(기본급 대비 6.51%, 통상임금 대비 5.90%) 인상 △성과금 250%+추가 △호봉승급분 현 2만3000원에서 5만원으로 인상 등이 골자다.

또 전 집행부가 추진한 조합원 휴양소 건립과 관련해 현재 완공을 앞두고 있는 휴양소와 휴양림을 회사가 매입해 운영·관리하라고 요구했다.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주차장 추가 건립, 출·퇴근버스 신설, 사내 협력업체 노동자의 처우 개선, 토요일 8시간 유급처리, 협력사 직원 장학금 정규직과 동일 지급 등도 요구안에 넣었다.

노조는 임단협 요구안과 별도로 현대중공업그룹 산하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노조와 함께 공동 요구안을 마련해 회사에 전달했다. 공동 요구안의 핵심은 통상임금 적용범위 확대와 임금삭감 없는 정년 60세 보장 등이다.

삼성중공업은 노조는 없지만 노동자협의회가 사측과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진행 중이다. 올해 지속된 경영진단의 여파로 임단협 협상이 늦춰지고 있다. 조선업체 모두에서 진행되고 있는 통상임금 소송도 협상이 늦춰진 이유 중 하나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노사 협상이 진행중이며 언제 타결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